[경제 카페]수입차 파격세일 ‘소문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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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8일 2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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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가치 떨어질라”… 단골에게만 살짝 귀띔

보통 세일에 들어가면 세일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립니다. 매장 외부에 대형 현수막을 내걸거나 신문에 광고를 하고, 가정으로 배달되는 신문에 전단을 넣어 돌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파격 세일을 하면서도 소문나지 않게 ‘조용히’ 하는 곳이 있습니다. 수입 자동차 매장입니다. 일부 BMW 매장(사진)에서는 5시리즈를 1000만 원까지 할인해 줍니다. 가격표에 6890만 원으로 적힌 528i SE 차량을 5890만 원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은 지난해 3098대가 팔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위에 오른 인기 차종입니다. 인기 모델을 이렇게 파격적인 가격에 파는 이유는 4월경에 새로운 5시리즈가 판매되기 때문입니다. 새 모델이 들어오면 구형 모델을 팔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남은 물량을 모두 처리하려는 겁니다. 파격 세일은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5시리즈 중에서 가격이 가장 저렴한 520i는 재고가 동났습니다.

세일을 하면서도 공식 수입회사나 딜러들은 전혀 티를 내지 않습니다. 평소 ‘관리해 오던’ 고객이나 매장 손님에게만 ‘살짝’ 알려줄 뿐입니다. 브랜드 가치가 생명인 수입차 시장에서 세일을 많이 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퍼지면 제 값 받고 팔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제 값을 주고 구매한 기존 고객들이 항의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BMW의 파격 세일은 경쟁 모델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528i과 같은 등급인 렉서스 ES350을 지금 사면 한 달 치 리스료(보증금률 30%에 36개월 할부 시 약 153만 원)가 면제됩니다. 렉서스 모델 중에서는 ES350만 이런 혜택이 있습니다. 이 모델은 지난해 수입차 시장에서 BMW 528에 이어 판매 2위를 한 렉서스의 주력 상품입니다.

ES350은 528i보다 1000만 원 정도 저렴했는데 BMW가 가격을 대폭 내리면서 가격 차가 없어졌습니다. ES350을 사기 위해 대기하던 고객 중 일부가 BMW 매장으로 발걸음을 돌리자 꺼낸 고육책이 리스료 지원이라는 후문입니다.

크라이슬러코리아도 ‘볼륨 모델(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인 300C 2009년식 모델을 대상으로 600만 원 정도 할인해 주고 있습니다. 수입차업계의 경쟁적인 가격인하는 분명 소비자한테 좋은 소식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차 한 대 팔아서 얼마나 이익이 나기에 이렇게 깎아주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황진영 산업부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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