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코리아나화장품 동업자 22년만에 경쟁관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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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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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를 통해 국내 화장품 사업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19일 선언했습니다. 웅진코웨이는 고기능성 화장품 시장을 타깃으로, 올해 9월 첫 제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과 코리아나화장품 유상옥 회장, 두 사람의 관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윤 회장과 유 회장은 22년 전인 1988년 코리아나화장품을 함께 창업한 동업자입니다. 화장품 사업을 구상하던 유 회장이 자금문제로 고민하던 차에 윤 회장이 동업을 제의한 것입니다. 윤 회장은 “자금은 웅진에서 댈 테니 유 사장은 좋은 제품을 만들기만 하라”며 동업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코리아나화장품은 ‘머드팩’이 히트를 치면서 5년 만인 1993년 화장품 업계 ‘빅 4’ 대열에 올라섰습니다.

그러던 중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웅진그룹은 사업군을 조정할 필요가 있었고, 이에 윤 회장은 1999년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화장품 사업에서 손을 뗐습니다. 이를 두고 경제계에서는 ‘서로가 행복한 이별’이라고 평했습니다. 윤 회장은 코리아나화장품을 매각하면서 생긴 여유자금으로 내실을 다질 수 있었고, 유 회장은 전문 경영인 출신으로 오너가 되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윤 회장은 “앞으로 10년간 국내에서 화장품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합니다. 10년간은 사업 경쟁자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올해는 윤 회장이 약속을 한 지 11년이 되는 해로, 약속의 시효가 끝나면서 화장품 사업 진출을 선언하게 된 것입니다.

웅진그룹이 화장품 사업을 다시 하려는 이유는 중국에서의 성공 때문입니다. 웅진은 국내에선 화장품 사업에서 손을 뗐지만, 중국에서는 2000년부터 화장품을 팔아왔습니다. 중국에서의 화장품 판매실적은 최근 5년간 연평균 72%의 성장세를 보일 정도로 좋았습니다. 지난해 4월 프리미엄 브랜드 ‘셀라트’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연 매출 30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웅진으로서는 국내 시장에 다시 도전할 이유가 충분한 것입니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와 비데 분야에서 쌓은 방문판매 노하우를 화장품 마케팅에 접목한다는 전략입니다. 코리아나화장품 매출의 70∼80%가 방문판매에서 나오는 만큼 두 회사의 정면충돌도 예상됩니다. 사업의 세계에서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동업자에서 경쟁자로 바뀐 두 회사 오너의 행보가 선의의 경쟁을 통한 상호 발전으로 이어질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현지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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