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佛 ‘미쉐린 박물관’이 부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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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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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역사 핀포인트 삼아 프리미엄 이미지 홍보

9일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에 있는 미쉐린 박물관에서 박물관 직원이 방문객들에게 타이어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클레르몽페랑=장강명 기자
9일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에 있는 미쉐린 박물관에서 박물관 직원이 방문객들에게 타이어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클레르몽페랑=장강명 기자
9일 프랑스 중부 클레르몽페랑에 있는 ‘미쉐린 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이 박물관은 미쉐린 창립 120주년인 지난해 설립한 것인데, 시 외곽에 위치한 본사와 달리 시내에 있었습니다. 2개 층으로 구성된 전시관에서는 미쉐린의 역사와 그간의 제품, 타이어 산업과 최근 행사, 미래 비전 등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건물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고 그런 기업 홍보관 아니겠나’ 하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둘러보고 나서는 부러움으로 바뀌었습니다.

높은 기술 경쟁력과 긴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인 만큼 각종 ‘세계 최초’ 타이틀이 붙은 제품은 어느 정도 예상한 대목입니다. 하지만 평일 낮인데도 적지 않은 일반 관람객들이 있어 적이 놀랐고, 전시 내용물의 세세함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타이어의 역할을 설명하기 위해 100년 전의 도로를 재현하기도 했고,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에 점령당했을 때 만든 일상용품들을 전시하는가 하면, 기업 마스코트인 ‘미쉐린 맨’(비벤덤)을 소재로 한 장난감과 퍼즐까지 구해다 놨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니 미쉐린 박물관은 유럽 자동차업계가 펼치고 있는 ‘박물관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최근 몇 년 새 유럽의 유명 자동차회사들이 자기 회사의 역사를 다룬 박물관이나 테마파크를 건설했는데, 이는 오랜 전통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프리미엄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기업들이 만들어 운영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있으되 기업의 역사 그 자체를 다룬 곳은 적다는 느낌입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최근 경기 화성시의 남양연구소에 차량 20여 대를 전시한 역사관을 열었지만 이 역사관은 연구소에 초청받은 방문객을 위한 곳으로 일반인은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삼성은 그룹 전체의 역사를 다룬 기념관은 없고, 삼성전자가 경기 수원시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각각 홍보관을 두고 있습니다. 이 중 수원 홍보관은 공장 안에 있어 일반인은 보기 어렵고, 서초동 홍보관은 제품 홍보 측면이 강합니다.

미쉐린 박물관을 함께 둘러본 다른 한국인 관람객은 한국에 기업의 역사를 다룬 박물관이 드문 이유에 대해 “수십 년간 한 우물을 판 기업도 드물고, 대기업들의 과거를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는 사회 풍토도 문제 아니겠느냐”고 촌평했습니다. 새겨볼 대목인 듯합니다.

―클레르몽페랑에서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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