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 광고’ 유머코드 입힌 현대차의 자신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8일 2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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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방영 35억짜리 전문가 호평
도요타 리콜영향 ‘정숙함’서 변신

올해 슈퍼볼에 선보인 현대자동차 광고. 불혹이 넘은 쿼터백 브렛 파브를 등장시켜 현대차의 ‘10년간 10만 마일’ 무상 보증 프로그램을 코믹하게 알렸다. 사진 제공 이노션
올해 슈퍼볼에 선보인 현대자동차 광고. 불혹이 넘은 쿼터백 브렛 파브를 등장시켜 현대차의 ‘10년간 10만 마일’ 무상 보증 프로그램을 코믹하게 알렸다. 사진 제공 이노션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선라이프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을 보셨나요. 국내 스포츠팬들에게는 미식축구가 다소 낯설고 월요일 오전에 경기가 중계된 터라 큰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우승컵은 1967년 창단 후 43년 만에 처음 슈퍼볼 무대를 밟은 뉴올리언스 세인츠에게로 돌아갔죠.

이날 슈퍼볼 중계 중 유독 눈길을 끄는 광고가 있었습니다. 바로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쿼터백 브렛 파브를 등장시킨 현대자동차의 패러디 광고입니다. 브렛 파브는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필드를 누비는 미국판 '이종범 선수'이죠. 이 광고에서 현대차는 2020년 머리가 하얗게 샌 파브가 슈퍼볼 MVP를 수상하지만 또다시 은퇴를 번복하는 상황을 연출해 최근 미국 시장에서 '10년 간 10만 마일'을 보장하는 현대차의 변함없는 고객서비스 정신을 코믹하게 비유했습니다.

사실 현대차가 슈퍼볼 광고에 유머 코드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2008년 슈퍼볼 광고를 처음 집행한 이후로 현대차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는 '정숙한 광고'를 내보내왔습니다. 현대차의 너무 평범한 광고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했죠. 30초에 최대 300만 달러(약 35억 원)라는 거금을 치르고도 세계 180여 개 국가에 생중계되는 절호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반전과 유머를 입힌 이번 광고에 대한 소비자들과 현지 광고전문가의 평가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매년 슈퍼볼 중계 직후 USA투데이가 집계하는 광고 선호도 조사에서 이번 현대차 광고는 전체 64개 광고 가운데 49위에 올랐습니다. 작년에는 51개 광고 가운데 49위를 했으니 꽤 '선전'한 셈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광고 평론가 밥 가필드는 별 5개 만점에 3개를 줬습니다.

사실 자동차는 가격이 비싼 데다 안전이 생명인 소비재여서 광고에 유머코드를 접목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대차가 과감히 유머를 입힐 수 있었던 데는 최근 불거진 도요타의 리콜 사태와 미국 시장 내 점유율 상승 등으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으로 광고업계는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슈퍼볼 광고는 미국 현지 업체가 제작했는데, 올해부터 현대기아차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이노션이 맡은 점도 눈에 띕니다. '세계 최대의 광고 경연장'이라 불리는 슈퍼볼에 국내 광고기획사가 진출한 것은 처음입니다. 이번 광고에서 1986년 미국에 진출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한층 자신감을 얻은 현대차를 엿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까요.

정효진 산업부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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