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9개 안건 처리에 반대 단 2표…‘거수기 사외이사’ 사실로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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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기업 작년 이사회 분석

국내 주요 30개 대기업의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1∼9월 729건의 안건을 처리하면서 사실상 찬성표만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

동아일보 산업부는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매출액 기준 상위 50대 기업 중에서 금융회사와 공기업을 제외한 30개사의 지난해 1∼9월 이사회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30개 기업은 250번의 이사회를 개최해 729개 안건을 처리하면서 반대표는 단 2표만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사회 결과가 포함된 상장회사의 분기 보고서는 지난해 3분기(7∼9월)까지만 제출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9월 5차례의 이사회를 개최해 19개의 안건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사외이사 7명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새해 경영계획, 중국 합작법인 설립, 중간배당 승인 등 회사의 미래 및 주주 이익과 직결된 중요 안건들이 아무런 반대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현대자동차는 같은 기간 9차례의 이사회를 열어 31건의 안건을 처리했으나 사외이사 5명이 반대표를 행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지난해 2월 회사채 발행 건을 처리할 때 사외이사 5명 중 3명이 불참하는 등 불참한 경우가 4차례 있었다.

두 번의 ‘반대’는 SK에너지와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나왔다. 남대우 SK에너지 사외이사는 지난해 7월 윤활유 사업부를 분할해 비상장법인인 SK루브리컨츠를 설립하는 안에 투명 경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또 지난해 7월 열린 하이닉스반도체 이사회에서 최장봉 당시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이 회사의 경기 용인시 마북리 연수원 매각 안에 제동을 걸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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