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대기업 성토장된 중기중앙회 신년 간담회

  • Array
  • 입력 2010년 2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단가 후려치면 제2 도요타사태
배달사고 1차협력사가 더 문제”

“단가 후려치기가 지속되는 한 도요타 사태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1일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신년 기자간담회에선 도요타 리콜 사태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도요타 리콜 사태는 납품단가를 무조건 낮춘 데 원인이 있었다”며 “중소기업은 적정 이윤을 내야 기술 개발을 하고 고용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중기중앙회는 본보가 보도한 산업연구원의 ‘자동차부품 중견기업 후보군의 경영성과와 성장전략’ 보고서를 인용한 자료를 배포하면서 “대기업은 지난해 사상최고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납품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대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며 “이는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나온 대로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본보 1월 5일자 A1·2면, B1면, 6일자 B1면 참조
협력사 울리는 ‘납품단가 깎기’
협력업체 울리는 ‘부품단가 깎기’ 실태
-전자 66% ‘갑’ 1곳에 매출 70% 의존


이에 따라 중기중앙회는 올해 핵심사업 과제로 △상생협력 및 하도급 실태조사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이행점검단 포함) △하도급 계약 추정제 △하도급 대금 가이드라인 등의 대책을 정부와 협의해 추진할 예정입니다.

한편 공식 발표가 끝나자 동석한 부회장들이 작심이나 한 듯 납품단가 문제에 대한 성토를 이어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상근 부회장을 제외한 중기중앙회 부회장들은 중소기업을 직접 운영하는 기업인입니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함께 맡고 있는 서병문 부회장은 “그나마 현대자동차는 3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원자재 가격상승을 소급 적용해 주지만 오히려 대기업에 속하는 1차 협력업체들이 더 문제”라며 “이들이 원청업체로부터 받는 납품가를 중간에서 심하게 후려치는 일종의 ‘배달사고’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현대차 1차 협력업체에 플라스틱 버튼 제품을 납품하는 A사 최모 대표는 최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납품 받는 업체의 직원들이 매년 공장에 와서 손수 장부를 검열한 뒤 납품가를 깎고 있다”며 “회사 수익성이 악화돼 품질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회사는 최근 3년 새 12% 이상 납품가격이 깎이면서 채산성이 떨어져 한때 150명이던 직원이 지난해 40명으로 급감했다고 합니다.

요즘 언론에선 도요타의 위기를 곧 일본 제조업의 위기로 해석하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제조업의 장기적인 번영을 위해서라도 납품단가 문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차원에서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김상운 산업부 기자 su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