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형 전자양판점 도산

  • 동아일보

디플레이션 우려 현실로

일본 경제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디플레는 경기가 침체하면서 동시에 물가도 떨어지는 경제현상이다.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되자 기업들이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가격경쟁에 나서고 이는 다시 채산성 악화로 이어져 기업이 결국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가격경쟁이 심한 일본의 전자제품 양판점이 가장 먼저 디플레의 타격을 봤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전자제품 양판점업계 8위인 ‘베스트전기’가 자회사인 ‘사쿠라야’의 전 점포를 폐쇄하고 다음 달 안에 청산절차를 밟기로 했다. 베스트전기는 또 1년 내에 전체 직영점의 30%에 해당하는 점포를 폐쇄하기로 했다.

동종업계 6위인 ‘고지마’도 적자로 잇달아 문을 닫는 직영점이 늘어 3월에는 폐점 수가 개점 수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1위로 승승장구해 온 ‘야마다전기’ 역시 지난해 3월 이후 순이익이 계속 줄어드는 등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전자제품 양판점 업계는 2000년대 중반까지 무리하게 점포 확장에 나섰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악화되자 앞 다퉈 가격을 내리는 소모전에 돌입했다. 일본 상업통계에 따르면 일본 가전시장은 10년간 7조∼8조 엔대의 정체에 머물러 있는 반면 대표적인 가전 품목 중 하나인 액정표시장치(LCD)TV 가격은 지난해 말 현재 평균 9만9000엔으로 1년 동안 14%나 하락했다. 시장 파이는 커지지 않고 물건값만 내려 결국 업체들의 채산성만 악화된 것이다.

일본 경제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이 안정되지 않으면 가격 경쟁이 심한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도산하는 기업이 줄을 이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