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과 만난 쌀 가공식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30일 19시 47분


쌀국수, 현미 시리얼 등 신기술이 접목된 쌀 가공식품이 잇따라 선을 보이고 있다. 최근 화두인 쌀 소비촉진 등과 관련해 활발한 연구개발(R&D)이 진행되면서 특허 출원도 늘고 있다. 쌀 식품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 적용되는 기술 등이 첨단산업 부문 못지않아 관련 연구원들은 "식품도 과학"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산화 기술로 쌀 식품 개발

농심이 지난달 의욕적으로 내놓은 '둥지 쌀국수'는 연구에만 꼬박 1년 반이 걸렸다. 신제품 개발에 보통 3~6개월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 쌀국수는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설비 투자에도 300억 원을 넘게 쏟아 부었다. 쌀은 밀가루에 비해 식품 산업화가 부진했던 데다, 밀가루와 달리 면발 모양으로 뽑아내기가 쉽지 않아 전면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농심은 지난해 초 파스타면 기술로 세계 최고인 이탈리아 '파반'에서 설비를 들여왔다. 파스타면을 뽑듯 쌀국수를 뽑으려 했지만, 쌀국수의 점성이 문제였다. 삶은 반죽으로 면을 뽑아내면 떡처럼 엉겨 붙어버렸다. 쌀 품종에 대한 연구부터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 결과 쌀 특성에 맞는 제조공법을 개발했고, 설비도 쌀국수 맞춤으로 개조했다. 이 기간 실험용으로 쓰인 쌀이 840t이나 된다. 농심은 쌀국수 생산 설비 대부분을 국산화했고 현재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웅진식품은 올 7월 현미로 만든 시리얼 '현미칠곡'을 내놓으면서 2가지 기술의 특허신청을 냈다. 곡물의 질감을 살린 원형보존 가공법과 첨가물을 넣지 않은 배합조성비 등이 그 내용이다.

김미정 웅진식품 연구소팀장은 "옥수수를 주 원료로 한 기존 시리얼 제품과 달리 현미를 곡물 그대로의 모양을 살려 만든 제품"이라며 "현미는 옥수수와 탄소화물 성분이 완전히 달라 새로운 기술이 적용됐고 첨가물 없이 바삭거리는 식감까지 살렸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로 쌀 단백질 추출에도 성공했다. CJ제일제당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쌀 단백질 생산에 나선다. 쌀 단백질은 대두나 우유 단백질보다 소화흡수율이 높고, 알레르기 반응이 적다는 게 강점이다. 관련 기술은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미국, 유럽연합 등에 특허 등록돼 있다.

●쌀 가공식품 시장 확대


즉석밥 등 기존 쌀 가공식품에 대한 기술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1997년 즉석밥을 처음 내놓았던 CJ제일제당은 2003년부터 쌀과 물에 대한 연구를 체계화하고 있다. 김종욱 CJ제일제당 연구원은 "즉석밥 전용 쌀 품종을 개발하고 무균포장밥을 만드는 신기술에 대한 특허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석밥에 이어 최근 나온 냉동볶음밥도 쌀 가공식품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올 10월 냉동볶음밥을 내놓은 풀무원의 조근애 책임연구원은 "냉동 볶음밥을 상품화하는 데는 알맞은 쌀 품종과 밥 짓는 방법 등 기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수십 가지에 이른다"며 "특히 밥알과 야채를 낱알로 급속 냉동시키는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식품업계가 쌀 가공식품 개발에 적극적인 데는 쌀 소비 촉진 움직임도 한몫 하지만, 그보다는 쌀 식품이 아직 '미개척' 영역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쌀은 밀가루에 비해 산업화가 부진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고, '쌀=건강'이라는 사회문화적 부가가치까지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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