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전기 대비 2.9%(전년 동기 대비 0.6%)로 나오면서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특히 ‘금융완화 기조’를 고수하던 정부(금융위원회) 추천의 금융통화위원까지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된다.
최도성 금통위원은 3분기 GDP 발표 다음 날인 27일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현재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이라며 “저금리 기조가 오래되면 당연히 경제에 거품이 끼기 때문에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 중앙은행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블딥 우려 때문에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저금리 지속으로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 돼 생기는 저성장과 장기불황”이라며 저금리의 폐해를 강조했다.
최 위원은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금리를 올리는 시기를 얘기하진 않았다”며 “저금리를 오래 방치해 거품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은 지난해 5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으로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등 물가안정보다는 상대적으로 경기를 중요시하는 성향을 보여왔다. 한국은행 안팎에서는 3분기 GDP 발표 이후 금통위 내부 기류가 ‘금리 인상 불가피론’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금리 인상을 반대해 온 정부의 논리가 최근 들어 힘을 잃어가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정부는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국제공조론’을 들어 금리 인상을 반대했지만 곧이어 호주가 금리를 올리는 바람에 다소 빛을 잃었다.
정부는 예상보다 좋은 성장률 지표가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27일 “GDP 성장률이 좋게 나와 다행이지만 이를 계기로 출구전략 압력이 높아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마침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28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했다. 인도 중앙은행도 27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는 동결했지만 은행들에 대한 법적 유동성비율을 높이도록 해 통화긴축의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한은이 한두 달 내에 기준금리를 인상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최근 국내외 주가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금리 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성태 총재가 4분기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기 때문에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낮지만 이 총재가 3월 말 퇴임 이전에 출구전략의 버튼을 누를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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