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경제속도가 60km? 한번 따져봅시다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차종에 관계없이 가장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운전속도는 시속 60km대라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경차인 2007년식 마티즈(0.8L)와 중형차인 2007년식 쏘나타(2.0L)를 대상으로 정속주행 연료소비효율(연비)과 배출가스를 측정한 결과 경차와 중형차 모두 시속 60km대일 때 가장 좋은 연비를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사방법에 조금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일단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속 80km, 100km, 120km의 속도로 정속주행할 때 경차 연비는 시속 60km 정속주행 때보다 13%, 31.9%, 46.5% 나빠지고 중형차 역시 10.6%, 20.5%, 32.2% 낮아졌습니다. 경차가 시속 60km로 주행할 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로 봤을 때 시속이 80km, 100km, 120km이면 경차는 1.15배, 1.46배, 1.86배 더 배출됐으며 중형차는 1.24배, 1.39배, 1.63배 더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속 100km를 넘어가면 경차의 연비가 2.0L 중형차보다 나빠진다는 뜻이죠.

또 서울∼부산 왕복거리인 800km를 주행할 때 드는 연료비를 조사한 결과 경차가 시속 80km로 정속주행하면 중형차보다 3700원 정도 적게 들지만 시속 100km와 120km로 주행속도를 높이면 경차가 중형차보다 각각 3300원과 1만 원이 더 드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조사 결과는 일부분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습니다. 조사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은 변속기입니다. 조사에 사용된 쏘나타는 4단 자동변속기인데 최근에는 5단에서부터 8단까지의 고단 변속기들이 주종을 이룹니다.

경험상 가장 좋은 연비는 어떨 때 나오느냐 하면 최고단으로 바뀐 직후 정속주행할 때입니다. 4단 변속기는 보통 천천히 가속하면 60∼70km에서 최고단인 4단으로 변속되고 1700RPM 안팎이 됩니다. 최고단에서는 엔진이 1회전할 때 차가 주행하는 거리가 가장 길어집니다. 그런데 RPM까지 낮게 유지한다면 자연히 연비가 높아지는 원리죠.

그런데 5단 변속기의 경우 보통 시속 70km를 넘어야 5단으로 변속이 되고 6단 이상은 시속 80km에 달해야 최고 단수로 넘어갑니다.

눈치가 빠른 분은 벌써 아셨겠지만 5단 이상의 고단 변속기는 80km 정도가 될 때 최적의 연비가 나온다는 사실이죠. 고단 변속기로 시속 60km로 달리면 최고단의 바로 아랫단에 물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엔진이 1회전 할 때 갈 수 있는 거리를 최대로 내지 못합니다.

평소 차에 대해 공부를 하면 유지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얘기가 있듯이 아는 만큼 절약되는 것 같습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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