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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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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절전 기술로 세계 제패” 핵심 부품 혁신 또 혁신
‘인텔 인사이드’ 컴퓨터처럼 ‘LG 인사이드’ 냉장고 만들 것
“컴퓨터에 ‘인텔 인사이드’가 있다면 냉장고에는 ‘LG 인사이드’가 생길 겁니다.” 4일 경남 창원시 가음정동 LG전자 냉장고 공장에서 만난 송대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부장(부사장)은 확신에 차 있었다. 이 공장이 지난달 30일 선보인 750L 용량의 대형 냉장고가 ‘세계에서 가장 적은 전기를 사용하는 냉장고’ 지위를 다시 한 번 굳혔기 때문이다. 이 냉장고의 월간 소비전력량은 32.9kWh로 현재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 기술의 비밀은 ‘리니어 컴프레서’(선형 압축기)라는 부품에 있다. 세탁기 제조 기술에서 힌트를 얻은 LG전자의 독특한 냉매 압축 부품으로, ‘초절전 냉장고’의 핵심 기술이다. 0.1kWh의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게 경쟁력의 핵심이 된 냉장고 시장. LG전자 창원공장의 마케팅 회의실, 연구소, 생산라인은 이 0.1kWh를 줄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 연구실, 세탁기 기술을 냉장고로
LG전자 창원공장은 4월에 월간 소비전력량 35.9kWh의 냉장고를 만들었고, 5월엔 35.3kWh, 이어 지난달엔 32.9kWh까지 냉장고 전력을 낮췄다. 냉장고 맨 밑에 자리 잡은 핵심 부품인 리니어 컴프레서를 계속해서 혁신해 온 결과다. 절전 기술은 전기요금 절약으로 이어진다. 32.9kWh 냉장고를 사용하면 35.3kWh 냉장고를 쓸 때보다 한 달 평균 2800원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 1년이면 약 3만3600원을 덜 쓰는 셈이다.
이 압축기는 LG전자가 1999년 내놓은 ‘다이렉트 드라이브(DD)’라는 세탁기 모터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냉장고는 냉매를 압축하기 위해 모터를 돌리고, 이 모터가 피스톤을 움직여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꾼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마찰 손실이 전력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반면 리니어 컴프레서는 회전운동을 바로 상하운동으로 바꾸는 세탁기의 물살시스템을 이용해 회전운동 과정을 없앴다. 마찰손실이 적어 소비효율도 30% 높아진다. 냉장고사업부 핵심기술그룹장 이칭호 상무는 “최근 120억 원을 들여 리니어 컴프레서 기술을 3세대로 업그레이드한 덕분에 최저 소비전력 냉장고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마케팅실, 냉장고의 ‘인텔 인사이드’
기술 개발, 최저 소비전력 냉장고 생산 등으로 LG전자 냉장고사업부의 2분기(4∼6월) 매출액은 약 1조 원이 됐다. 절전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동안 기피하던 대형 냉장고의 판매실적도 크게 늘었다. 750L짜리 대형 냉장고 판매량은 지난해 LG전자 냉장고 판매량의 20%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70%까지 올라갔다.
송 부사장은 “현재 LG전자의 냉장고는 국내 내수 시장과 유럽에만 공급되지만 내년에는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20만 대를 판매할 계획”이라며 “‘LG 인사이드’ 식으로 기술을 브랜드화한다는 마케팅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송 부사장을 비롯한 냉장고사업부 임원들은 매일 회의실에 모여 이 기술에 쉬운 이름을 달아주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독일 가전회사 ‘보쉬’에 이 기술을 팔았다.
○ 생산라인, 거대한 ‘포스트잇’ 벽
판매가 늘면서 생산라인은 휴가철도 잊은 채 풀가동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하루 2000대의 냉장고가 만들어지는데 16초에 냉장고가 1대씩 생산되는 셈이다. 공장 벽면은 노란색 ‘포스트잇’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쪽 벽에 일렬로 늘어선 이 포스트잇은 ‘전원참여 낭비제거’라는 캠페인의 결과물이다. 200명의 전 사원이 낭비를 줄이기 위해 각자 아이디어를 냈고 이 작은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해 생산시간을 1초라도 줄이고 불량률을 0.1%라도 낮추겠다는 각오였다.
연구소 핵심기술그룹 김석로 수석연구원은 “올해 말까지 32.9kWh보다 10% 전력소모율이 낮은 냉장고를 내놓고, 2012년까지 전력소모량을 40% 줄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창원=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