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시장 혼란기 상식 뒤집어 추월하라

  • 입력 2009년 5월 30일 02시 58분


후발주자의 역전전략…불황기에 찾아오는 기회 살리려면

《후발 주자는 괴롭다. 1등 업체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약하고 자원도 부족하다. 최고의 협력 업체들도 1등 브랜드만 찾는다. 따라서 후발 주자가 1등을 따라잡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혼란한 시기에 기회가 찾아온다. 실제 한국 조선업체들은 1990년대 불황기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일본의 선발 업체들을 따돌리고 세계 1위로 도약했다. 한국 전자업체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기술 표준이 변하는 시기에 기회를 잡았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최신호(34호·6월 1일자)는 후발 주자의 추격(catch-up) 전략을 스페셜리포트로 다뤘다. 전문가들이 제안한 불황기 추격 전략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상식 뒤집는 혁신성이 추격 원동력

후발 주자가 추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발 주자보다 더 탁월한 혁신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상식을 뒤집거나, 제품의 보편적 속성을 바꿔보는 등 창의적인 시도를 해야 한다.

신병철 브릿지래보러토리 대표는 상식에 반하는 아이디어로 크게 성공한 사례로 온라인 보석상 블루나일을 소개했다. 책이나 음반처럼 표준화된 상품은 온라인에서 잘 판매된다. 하지만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보석이나 다이아몬드를 직접 보지도 않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터넷과 보석은 궁합이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1999년 설립된 블루나일은 온라인에서 보석을 판매한다는 아이디어를 실천했다. 그리고 창업 10년 만에 세계 3위의 보석 판매점으로 부상했다.

블루나일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원가 경쟁력이었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데다 도심 외곽에 작은 창고 하나만 갖고 사업을 운영했기 때문에 다른 보석 판매상보다 30∼40% 싼 가격에 제품을 팔 수 있었다. 그 대신 철저한 품질보증과 100% 안전 배송을 책임졌다. 블루나일은 이런 방법으로 온라인에서 보석을 팔기 어렵다는 상식을 뒤엎으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제품의 주된 속성을 수정하는 것도 혁신성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일회용 반창고는 대부분 살구색을 띠고 있다. 상처를 최대한 감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큐래드는 상처를 감추려 하지 않고 오히려 드러내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반창고에 슈렉이나 스타워즈 같은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다. 일회용 반창고의 주 사용자 층인 어린이들은 이 디자인에 열광했다. 신병철 대표는 “후발 주자가 혁신성을 확보하면 마케팅 비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소비자들의 반복 구매율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며 “소비자의 결핍을 찾아 해결해주고 통념에 도전하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면 후발 주자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행동방식 변화를 통한 추격

동물은 먹잇감이 귀해지면 다른 먹잇감을 찾거나 원래의 사냥 범위를 넓히거나 사냥하는 방식을 바꾼다. 후발 주자도 추격을 위해 이런 전략을 검토해볼 수 있다. 윤경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팀장은 1989∼92년의 불경기 때 미국의 트럭 렌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유홀’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 회사는 가격에 민감해진 고객들이 늘어나자 렌털비를 내렸다. 경쟁사들이 모두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가격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가격을 낮추면서 유홀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폭을 과감히 넓혔다. 트럭을 빌리는 고객들이 흔히 필요로 하는 종이 박스와 테이프, 노끈 등을 함께 팔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유홀의 영업이익은 업계 평균 3%보다 훨씬 높은 10%대를 기록했다.

사냥 방식의 변경도 고려해볼 수 있다. 1980년대에 롤스로이스와 GE는 항공기용 엔진 판매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꿨다. 엔진과 부품, 파이낸싱 서비스, 정비 서비스 등을 따로 판매하던 관행에서 탈피해 한 묶음으로 제공했다. 또 임차 형식으로 일정한 사용료를 내면서 엔진 패키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윤 팀장은 “고객 항공사는 실제 엔진을 사용한 시간만큼만 돈을 내게 됐기 때문에 초기에 큰돈을 지출할 필요가 없어졌고 이로 인해 계약기간이 연장되면서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이 동시에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좋은 추격 전략 중 하나다. 소비지출 감소로 고급차 판매가 부진하자 포르셰는 대표 모델인 911의 3분의 2 가격에 신형 모델 박스터 시리즈를 1996년 내놓았다. 스포츠카를 원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 새로운 고객군을 겨냥한 상품이다. 박스터의 성공에 힘입어 이 회사 매출은 이듬해 50% 가까이 급증했다.

○ 강력한 의지와 고객 창조 역량

선발 주자를 따라잡겠다는 강력한 전략적 의지도 추격에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꼽혔다. 한정화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한국의 조선업체나 전자회사들은 불황기에도 과감하게 설비투자에 나서는 등 선발 주자를 따라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며 “외부 환경이나 내부 역량을 분석하는 합리적 전략수립 접근법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도전자의 강렬한 열망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져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전략적 혁신’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풍부한 설계 인력을 확보해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었으며 지속적인 생산 혁신으로 원가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 선두 주자였던 일본 회사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표준화된 선박만 생산하려 했기 때문에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하지 못했다. 한 교수는 “불황기에 후발 주자가 선두 업체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나 원가 우위 전략으로 새로운 고객을 창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남국 기자 march@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4호(2009년 6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International Business Planning/식품 안전 기준, 수출장벽 여는 열쇠

한식의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식품의 안전성부터 확보해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식품 안전에 대해 더욱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조치를 기다리기 전에 스스로 식품 안전 및 위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 기준이 국제 기준을 따라가지 못할 때는 국제 기준을 자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국내 식품 안전 기준이 강화될수록 개발도상국의 저가 제품, 특히 중국산 제품과 차별화할 기회도 커진다.

▼강부장 개조 프로젝트/독단적 상사가 침묵하는 조직 만든다

리더의 독단적 리더십은 리더에게 긍정적인 정보만 전달되는 ‘침묵 효과’를 낳는다.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건이 일어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고 후 조사에서 당시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원들은 “우주선 엔진이 폭발할 확률이 200분의 1에서 300분의 1”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원들의 상사는 폭발 확률에 대한 질문에 “10만분의 1”이라고 답했다. 폭발 확률을 낙관했던 상사의 독단이 연구원들의 입을 막은 셈이다.

▼Mind Management/‘슈퍼우먼 신드롬’ 벗고 소통과 조화로 승부하라

많은 여성 리더는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부하 직원들이 자신을 잘 따르지 않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 남성과 똑같이 성과를 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남성성에 대한 무의식적 강박관념 때문에 불필요한 부분까지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자기 안의 여성성을 존중하면서 상황에 따라 남성적 특성이 요구되는 관리 방식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탄력성을 만들어가야 한다.

▼정재승의 Money in the Brain/실수를 배려하는 따뜻한 기술의 위력

요즘 나오는 차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경고음이 울린다. 연료가 떨어지면 경고 표시도 뜬다.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는 이와 같은 오류 방지 기능을 ‘넛지’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유도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용자를 배려하는 오류 방지 기능을 만들려면 사용자의 오류를 예상할 수 있는 실험이 필수적이다. 실험 공간에 제품을 놓고, 사용자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래 관찰해야 정확한 오류 예상을 할 수 있다.

▼Value for Marketing/“TV에 웬 버튼이 이리 많아?” 고객은 화 난다

기업은 고객을 제품의 소비자나 사용자가 아닌 인간 그 자체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인간 중심 사고’를 가져야 한다. 일본 냉장고 시장에서 4, 5위 업체에 그쳤던 히타치도 인간 중심 사고로 성공했다. 히타치는 주부들이 냉장고 제일 하단의 채소 칸을 가장 많이 이용하며, 이때 허리를 구부려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불편해함을 알아냈다. 이에 채소 칸을 냉장고 중심에 설치한 신제품을 내놓아 대성공을 거뒀다. 이 제품이 나온 첫해 히타치의 냉장고 매출은 전년보다 44% 늘었다.


- 경영지식의무한보고-동아비즈니스리뷰(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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