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4조3교대 ‘25시간’ 돌아갑니다

  • 입력 2009년 3월 7일 02시 59분


충남 아산시 탕정면 삼성전자 LCD생산공장 내 개발실에서 전재환 부장(가운데) 등 개발3그룹 팀원들이 새로 양산에 들어갈 LED TV 패널의 품질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충남 아산시 탕정면 삼성전자 LCD생산공장 내 개발실에서 전재환 부장(가운데) 등 개발3그룹 팀원들이 새로 양산에 들어갈 LED TV 패널의 품질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세계 첫 1.08cm LED패널 양산 삼성전자 아산공장 가보니

《가로 250m, 세로 350m에 8층 높이의 공장 건물 두 곳은 규모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했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있는 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공장. 이곳은 일하는 직원만 8500여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LCD 생산단지다. 지게차들은 삼성코닝정밀유리가 납품한 유리기판을 공장 내부로 실어 나르느라 쉴 틈이 없었다. 지난해 말 소폭 떨어졌던 가동률도 올 들어 거의 회복했다. 4조 3교대 체제도 그대로다. 불황의 징후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생산품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으며 요즘에도 해외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어 한국 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유닛(BLU)을 채용한 LCD TV를 올해의 전략제품으로 삼았다. 이처럼 최근 LED 패널 생산이 본격화하면서 탕정은 예전의 활력을 완벽히 되찾았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양산 앞두고 한 달간 밤샘 작업

삼성전자는 1월 하순 10.8mm 두께의 LED 채용 LCD 패널 양산에 들어갔다. 직하(direct) 방식과 달리 LED 칩을 측면에 배치한 에지(edge) 방식 패널로 두께가 기존 제품의 4분의 1 수준이다.

세계 첫 시도인 만큼 양산을 준비하는 동안 진통도 컸다.

지난해 말부터 협력업체에서 보내온 부품 치수를 일일이 확인하고 패널을 조립해 성능을 테스트했다.

두께가 크게 줄어들다 보니 진동이 가해질 경우 화질에 문제가 생겼다. 이를 해결하는 데만 꼬박 며칠이 걸렸다. 개발팀 담당자들에게는 오전 5시에 잠들었다가 7, 8시에 깨는 고통스러운 날의 연속이었다.

패널 관련 협력업체 12곳을 직접 찾아가 양산 준비를 점검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었다. 한 직원은 부인에게서 “나와 회사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압력’을 받기도 했다.

LCD사업부 개발3그룹장인 박진혁 상무는 “품질을 검증하기 위해 손작업으로 조립한 패널만 500개 이상”이라고 말했다.

10.8mm LED 패널을 채용한 ‘룩시아(LUXIA)’ 시리즈는 TV 전체 두께가 30mm 미만이다. 삼성전자는 3월에 40, 46, 55인치 TV를 처음 출시한 뒤 후속 제품을 잇달아 내놓을 계획이다.

개발3그룹의 전재환 부장은 “첫 제품 양산에 들어간 뒤 곧바로 후속 시리즈 양산 준비에 돌입했다”며 “소비 추세가 다양해지면서 1년에 40∼50개씩 신제품이 나오다 보니 개발 기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LED에 거는 기대

삼성전자는 2006년 LED TV 전담 개발조직을 설치하고 그해 9월 유럽시장에 뛰어들었다. 소니의 RGB 방식(빨강, 초록, 파랑 세 가지 LED 칩으로 색을 재현)을 따랐는데 실패였다. 기존 냉음극형광램프(CCFL) LCD TV보다 가격이 2배 이상 비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곧바로 화이트 LED 칩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주로 휴대전화 화면에 쓰이던 화이트 칩은 RGB 방식보다 화질은 떨어지지만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칩 3개를 쓸 것을 1개만 쓰면 돼 원가 경쟁력도 좋아졌다.

박 상무는 “지난해 초 출시한 LED TV가 20만 대 이상 팔리면서 시장성에 확신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LED TV의 성공을 기대하는 또 다른 요인은 친환경성. CCFL와 달리 수은을 쓰지 않고, 소비전력도 55인치 제품이 130W(와트) 정도로 동급 제품의 절반 이하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올해 전체 TV 판매량 목표를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2200만 대로 잡았다. LED TV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아산=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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