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G생명이 이름 바꾼 까닭은

  • 입력 2009년 3월 7일 02시 59분


부실 AIG꼬리표로는… AIA로 개명해 선긋기

미국 모(母)회사의 부실로 10년 가까이 사용했던 AIG란 이름을 버리고 AIA로 새 출발하는 한국 AIG생명의 직원들은 요즘 착잡한 심정이다.

한국 AIG생명은 조만간 회사 명칭을 AIA생명으로 바꾸겠다고 2일 발표했다. 일단 5월까지는 기존 이름으로 영업하면서 영업점 간판, 인쇄물 등 각종 서식, 로고, 광고 문안 등을 AIA로 바꿀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AIG의 아시아생명보험 부문인 AIA의 지분을 특수목적회사(SPV)에 이전해 AIA를 독립적인 회사로 운영할 예정이다.

AIG생명의 한 직원은 “전 세계 어디서나 통했던 AIG란 브랜드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이 착잡하지만 이미 브랜드 가치를 상실한 AIG란 이름으로 영업을 계속하긴 힘들다”며 “차라리 AIA 브랜드로 다시 시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실제로 AIG생명에는 AIG와 선을 긋고 AIA로 사명을 바꾸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직원이 많다.

지난해 9월 미국 정부의 AIG 구제금융 발표 이후 한국 AIG생명은 큰 타격을 받았다. 부실 금융사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국내 보험 가입자들의 해약 문의가 쇄도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AIG생명의 효력상실해약률은 지난해 8월 4%에서 9월 6.0%, 10월 7.2%, 11월 8.2%, 12월 9.1%로 증가했다.

AIG생명은 1987년 미국 알리코생명의 한국지사를 시작으로 한국에 진출해 2000년부터 AIG생명이란 브랜드로 영업을 해왔다. 한국 생명보험시장에서 처음으로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전화를 통해 보험을 계약하는 ‘다이렉트보험’을 선보이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왔다. 지난해 12월 현재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 중 수입보험료 기준 2위 업체로 성장했다.

한편 AIG손해보험도 사명 변경을 검토 중이다.

AIG는 한국의 AIG손해보험을 포함해 손해보험 부문에 속한 자회사들을 AIU홀딩스라는 지주사를 신설해 통합할 계획이다. AIU홀딩스는 AIG와 별개의 독자적인 이사회와 경영진에 의해 운영된다.

AIG손해보험 관계자는 “AIA와 달리 AIU홀딩스의 대주주는 AIG이기 때문에 AIG의 이름을 바로 떼기는 힘들다”며 “AIG가 AIU홀딩스의 일부 지분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대주주가 바뀌면 한국 AIG손해보험의 이름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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