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주 대책… 대책… 현장선 “그런 정책이 있었어?”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8분


국민이 체감 못하는 정부 정책

《정부는 올해 20조 원가량의 적자 국채를 찍어가면서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금융대책을 포함해 서민 복지 확대, 중소기업 지원, 부동산 활성화 등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우리한테는 별로 돌아오는 게 없다”는 싸늘한 반응이 적지 않다.》

시장 반응 싸늘 금융대책…100조 넘게 풀어도 자금경색 여전 “미적대다 실기”

알맹이 빠진 부동산대책…작년 이후 10건 찔끔찔끔… 시장 내성만 키워준 셈

변죽만 울려댄 中企대책…정부선 “공장건립 규제완화”… 지자체선 요지부동

아리송한 서민 복지정책…관계부처 조율없이 한꺼번에 쏟아내 “뭐가 뭔지”



▽미적거린 초기 대응=정부와 한국은행이 지난해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공급한 원화자금 22조 원과 미분양 주택 매입자금 9조 원, 국책금융기관 출연분 5조3000억 원, 추가경정예산 4조5000억 원, 달러자금 385억 달러(약 51조5000억 원) 등 시중에 풀리거나 풀릴 예정인 유동성 자금은 100조 원이 넘는다.

수치상으로 보면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야 마땅하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자금 사정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은행으로 흘러간 돈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것이 이 같은 ‘돈맥(脈)경화’ 현상의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가 실기(失期)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정부는 9월 이후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중소기업의 신용도를 올려주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신보는 관례대로 전체 대출금액의 85%만 보증해 줬다. 나머지 15%는 기업들이 은행에 담보를 제공해야 했다.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을 지낸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은 “은행들이 단 1%의 위험 부담도 지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담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보증서가 있어도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했다”며 “10월 국회에서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지만 100% 보증이 된 시점은 12월에야 가능했다”고 말했다.

1000억 달러 규모의 외채 지급보증과 외화유동성 300억 달러 공급, 펀드 세제(稅制) 지원 등 ‘금융위기 종합대책’도 지난해 10월 19일에야 나왔다.

대책 발표 이전인 지난해 8월과 9월 미국은 양대 모기지회사인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에 2000억 달러, 보험사인 AIG 등에 85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었다.

연세대 이두원(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뒤늦게 기준을 완화해준 것은 시기를 놓친 정책”이라며 “금융대책은 기업 구조조정이 먼저 돼야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정부가 합동으로 대책을 발표해도 서명자에는 감사원장의 사인이 빠져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선뜻 정책을 집행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핵심 대책은 비켜가=부동산 시장은 작년 이후 나온 10건의 굵직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겨울이다. 서울시의 한강변 고도제한 완화 조치로 일부 아파트는 ‘반짝 특수’를 기대하고 있지만 작년 11월 말 현재 미분양 아파트는 사상 최고치를 다시 갈아 치웠다.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핵심 대책이 빠진 채 찔끔찔끔 정책을 내놓은 탓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책을 숱하게 내놓다 보니 시장에선 내성만 생겼다는 분석도 많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 3구에 대한 규제 완화를 뒤로 미룬 채 변죽만 울리다 보니 시장에서는 “조만간 다른 게 나오겠지” 하며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당국자는 “차라리 작년 말 경기 일대 투기지역을 풀 때 강남 3구도 함께 해제했다가 시장 상황을 보고 다시 묶든지 해야 했다”며 “이제 와서 강남 3구를 풀게 되면 뒷감당은 누가 하느냐”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작년 4월 공장건립 규제완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라는 지적이 많다.

창업컨설팅회사의 한 관계자는 “공장 입지규제를 완화하려면 지자체에 별도의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너무 많아서 문제=정부는 작년 4월 ‘뉴 스타트 2008’ 계획을 통해 △보육 지원 △장애인 일자리 창출 △예방형 건강검진서비스 강화 △노인 맞춤형 복지 패키지 등을 담은 종합선물세트형 대책을 내놓았다.

부처별 복지정책을 종합해 한꺼번에 내놓다 보니 해당 정책에 대한 홍보도 잘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전달 체계 또한 복잡했다.

예를 들어 기초노령연금 지급은 각 지자체 주민센터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장기요양보험지원센터에서 집행하는 등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서비스도 해당 기관이 제각각이었다.

정부 부처 간 정책 중복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애인과 노인, 저소득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 대책은 보건복지부와 노동부 등이 별도로 내놓았지만 실제론 지자체가 세부 업무를 맡아야 한다. 이 때문에 똑같은 일자리를 각 부처가 중복 집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대 장훈(정치학) 교수는 “정부 정책이 시장과 국민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정책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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