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예상보다 가파른 추락

  • 입력 2009년 1월 23일 02시 58분


작년 4분기 성장률 3분기 대비 ―5.6%

지난해 4분기(10∼12월) 한국경제가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세계경제의 버팀목으로 기대됐던 중국이 7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이는 등 글로벌 경기침체로 주요국 경제가 동시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분기보다 5.6%, 2007년 같은 기간보다 3.4% 하락했다고 22일 밝혔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7.8%) 이후 최악이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1998년 4분기(―6.0%)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경제성장의 3대 축인 상품수출, 민간소비, 설비투자가 각각 3분기보다 11.9%, 4.8%, 16.1% 감소하면서 경제성장률을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생산이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업종의 감산으로 3분기보다 12% 줄어 197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악의 감소세를 보였다.

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지난해 연간 GDP는 2007년보다 2.5% 성장하는 데 그쳤다. 1998년(―6.9%) 이후 최저치다.

교역 조건을 반영한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보다 2.9% 감소해 연간 기준으로 2007년보다 2.1% 줄었다. 국민의 소득 여건을 보여주는 지표인 GDI는 1998년(―7.2%)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쳤다.

최춘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속보치를 기준으로 대략 계산해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며 “올해 3월 기준년이 달라진 통계가 적용되면 2만 달러 언저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1월에 내놨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2.2%)를 29일경 또다시 큰 폭으로 낮추기로 했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가고 세계경제의 회복 시점도 늦춰질 수 있다”며 “정부가 추경예산을 편성해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공적자금을 선제적으로 조성하는 등 지금보다 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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