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스밸류,강세장서 웃고 폭락장선 선방

  • 입력 2008년 12월 25일 02시 58분


‘맷집’ 좋은 가치주 중 대형주 위주로 구성

작년-올해 유일하게 주식형 수익률 20위권

작년의 ‘불꽃 장세’와 올해의 ‘얼음 장세’ 모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펀드는 없을까.

국내증시는 지난해 상승장에서 올해 폭락장으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증시 상황이 크게 변한 만큼 지난해 최고 수익률을 올린 펀드들은 올해 최우등생 명단에서는 대부분 탈락했다. 지난해에 성장주 위주로 투자한 펀드가 승승장구했다면 올해는 삼성그룹주 등 하락장에서 맷집 좋은 우량주로 구성된 펀드들의 하락폭이 작았다.

하지만 SH자산운용의 가치주펀드인 ‘탑스밸류주식1C’는 순자산 100억 원 이상인 국내외 주식형펀드 547개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익률 상위 20위 안에 들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 펀드는 지난해 연간 수익률 52.17%로 국내 주식형펀드 9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는 이달 22일까지 연초 이후 수익률이 ―31.09%로 17위를 유지했다.

가치주펀드는 현금이나 부동산 등 자산이 많은 안정적인 종목들로 구성돼 하락장에서 선방하지만, 상승장에서는 다른 펀드에 비해 ‘덜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시가 활황일 때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선호하는 코스피200 대형주와 성장잠재력이 높은 종목들이 두각을 나타낸다.

이 때문에 가치주펀드가 상승장과 폭락장 모두 선방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정인기 주식운용1팀장은 “가치주가 상승장에서 못 오른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며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은 하락장이 오면 주가가 더 떨어질 여지가 없어서 하락폭이 작고, 상승장에서는 주가가 워낙 싼 상태라 많이 오른다”고 주장했다.

정 팀장은 1999년 국내 증권사에서 정보기술(IT) 업종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그는 “IT 거품 붕괴로 IT주가 줄줄이 폭락하는 것을 보며, ‘주식은 주가 바닥이 확실시될 때 사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가치주펀드가 중소형 사이즈 주식을 많이 편입하는 것에 비해 탑스밸류펀드는 대형주의 비중이 높다. 7월 말 기준 대형주 비중이 55.28%로 같은 유형의 경쟁사 펀드(22.82%)를 크게 웃돈다. 그만큼 올해 폭락장에서 코스피보다 주가 하락폭이 컸던 코스닥주, 키코(KIKO) 손실을 입은 중소형주가 적게 포함됐다.

현재 탑스밸류펀드에 편입된 상위 종목은 호남석유화학, 하나금융지주, 남해화학, 에쓰오일, 고려아연 등이다. 호남석유화학은 올해 초에 비해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무너졌지만 펀드 운용팀은 종목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정 팀장은 “펀드를 지주회사처럼 운용하고, 증시 전망보다 기업가치에 집중해 종목을 고른다”며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결국에는 지주회사인 펀드의 가치와 수익률도 함께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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