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TV공장은 LG 글로벌스탠더드”

  • 입력 2008년 12월 4일 02시 56분


LG전자 경북 구미 TV공장에 지난해 6월 설치된 흐름라인은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근로자들이 멈추지 않고 이동하는 100m 길이의 컨베이어벨트 조립 라인에서 맡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LG전자
LG전자 경북 구미 TV공장에 지난해 6월 설치된 흐름라인은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근로자들이 멈추지 않고 이동하는 100m 길이의 컨베이어벨트 조립 라인에서 맡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LG전자
■ ‘17개 해외공장 표준모델’ 떠오른 생산현장 르포

흐름라인 - 셀라인 도입이후 생산성 3배 뛰어

재고자산 회전일 8일→3일… 현금흐름 좋아져

《LG전자 고위 인사들은 요즘 디지털디스플레이(DD)사업본부 산하 경북 구미시 TV 생산 공장을 자주 언급한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남용 부회장은 사보(社報) 11월호에서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해법을 거론하며 이 공장을 사례로 들었다. LG전자 구미 TV공장은 최근 1년 사이 1인당 생산량이 3배로 증가하고 재고자산 회전일이 8일에서 3일로 단축되는 등의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재고 회전일수는 재고가 얼마 동안 기업에 머무르는지에 대한 지표로 짧을수록 현금흐름이 좋다. ‘20년 동안 하지 못한 것을 1년 만에 이뤘다’는 칭찬 속에 LG전자 17개 TV 생산 공장의 표준 모델로 떠오른 이 공장을 찾아가 ‘성공의 비결’을 취재했다.》

○ 생산방식 이원화(二元化)

작업장은 월 24만 대의 액정표시장치(LCD) TV,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등을 생산하는 공간치고는 크지 않았다. 공장 측은 1년 6개월 전에는 작업장을 한 곳 더 사용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흐름라인’ 도입으로 생산성이 크게 높아져 작업장 한 곳을 폐쇄했다는 것. 흐름라인에서는 100m에 이르는 컨베이어벨트 조립라인이 물 흐르듯 계속 움직인다. 작업자가 ‘나사 끼우기’ 등 한 공정을 끝내고 버튼을 눌러 컨베이어벨트를 옆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에 비해 공정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생산방식이다.

올해 8월에는 ‘셀(Cell)라인’을 추가로 도입했다. 이 생산방식은 6∼8명이 한 조를 이뤄 TV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한다. 2가지 방식 모두 LG전자 TV공장 중에서는 이 공장에 최초로 도입됐다.

이상일 디스플레이해외생산지원실 부장은 “TV 모델이 58개에 이를 정도로 많아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셀라인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대량 물량은 흐름라인을, 소량 물량은 셀라인을 활용한다. 현재 작업장에는 흐름라인 3개와 셀라인 10개가 있다. 두 생산방식 모두 작업자의 높은 숙련도와 집중이 요구되지만 교육과 공정 간격 표준화 등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1인 시간당 생산량은 △지난해 7월 2.9대 △12월 5.3대 △올해 8월 7.7대 △11월 9대로 급상승했다.

○ 팔리는 양만큼 제때 공급한다

이런 새로운 생산방식은 ‘신경망’인 공급망관리(SCM) 시스템에 의해 관리된다. 이 공장은 올해 초만 해도 납기 준수율, 수요예측 정확도 등 핵심 경영지표에서 경쟁사에 미치지 못했다.

공장 경영진은 올해 2월 일본 도요타자동차로부터 ‘풀(Pull) 생산시스템’이라는 일종의 SCM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과 공장을 ‘줄’로 연결한 것처럼 가정해 고객이 줄을 당기면 생산과 배송이 즉시 이뤄지는 개념으로 시간 지체나 재고,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공장과 협력사들이 제품의 생산과 소비의 전(全)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요 정보를 공유해 사전에 대처하는 게 핵심이다.

이진 SCM팀장은 “이 시스템으로 납기 준수율은 70%대에서 100%로 높아졌으나 재고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면서 “창고에 쌓아놓았을 때보다 납기 준수율이 훨씬 올라간 데 대해 영업조직도 신기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구미공장의 혁신 모델을 내년부터 세계 TV공장에 적용할 방침이다.

구미=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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