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重등 4社 10월 선박수주 ‘0’

  • 입력 2008년 11월 7일 02시 57분


대기업 수익 뚝… 투자계획 스톱… 실물로 번지는 ‘불황 바이러스’

공장 신증설 잇따라 보류

“이렇게 빨리 식을 줄이야”

현대미포조선은 3057억 원을 투자해 울산 울주군 온산읍 강양리에 짓기로 했던 조선블록공장 증설 계획을 최근 전면 유보했다. 세계 경기가 침체되면서 조선 시황이 급격히 나빠지자 계획을 수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조선 블록 공장 증설 계획을 수립하던 7월만 해도 이렇게 급격히 조선 경기가 꺾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호황을 누리며 한국 경제의 엔진 역할을 했던 조선업이 불황에 접어드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조선회사의 신규 투자 계획이 백지화되고 국내 주요 조선 회사의 수주량이 최근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강양리 일대 40여만 m²에 해양 플랜트공장 신설을 추진하다 최근 계획을 백지화했다.

조선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어 10월 이후 배를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데다 파생 상품 거래로 2383억 원의 손실을 보는 등 악재(惡材)가 이어지자 신규 투자 계획을 유보했다.

국내 조선 회사의 수주 실적은 10월 들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조선 업체 10위 안에 드는 8개 회사 중 삼성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성동조선해양 등 4곳만 10월에 1건 이상 수주했다.

8개 회사의 10월 실적을 9월과 비교하면 수주량은 약50%, 수주액은 75% 줄어들었다.

하지만 국내 주요 조선회사들은 조선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은 분명하지만 일감이 3년 치 이상 쌓여 있는 만큼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9월과 10월 2개월 동안 1건도 수주 실적이 없는 대우조선 관계자는 “수주를 못한 게 아니고, 안 했다는 게 맞는 표현”이라며 “3년 이상 일감이 쌓여 있어 무리해서 수주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한두 달 수주 실적이 없다고 해서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에 외환이 부족해서 은행 간 거래도 안 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 정도 수주 실적도 오히려 놀라울 정도”라며 “이런 상황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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