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재계 파워엘리트]삼성그룹<上>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8분


세계 최초-최고로 통하는 ‘신기록 CEO들’

《삼성그룹은 명실상부하게 한국의 ‘간판기업’이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수출액은 757억 달러(약 99조1670억 원)로 전체 한국 수출의 20.4%나 됐다. 시가총액도 전체 시장의 20% 안팎이다. ‘코리아 브랜드’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앞장선 삼성에 지난 1년은 시련의 시기였다. 삼성 특검 수사와 재판으로 이건희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다.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전략기획실도 해체됐다. ‘총수의 부재(不在)’에 따른 유무형의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삼성의 전진은 계속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글로벌 삼성’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장수(長壽) CEO’가 많은 것도 이들의 역량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반도체-휴대전화 등 전자부문 초일류 길 닦아… 총수 퇴진 시련 딛고 “계속 전진”

○ 초일류 지향하는 삼성전자 CEO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경영진층도 가장 두껍다.

이윤우 삼성전자 총괄부회장은 한국을 반도체 강국(强國)으로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한 경영자다. 1984년 삼성반도체통신 이사 시절 보통 3년이 걸리는 반도체 공장 설립을 특유의 뚝심으로 6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또 삼성의 반도체사업이 시련을 겪을 때 오히려 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늘려 미래에 대비했다. 삼성전자 기술총괄 부회장을 거친 그는 올해 5월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최고 사령탑을 맡았다.

이기태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은 신기술 신제품 개발을 통해 한국 휴대전화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애니콜 신화’의 주역이다. 그는 ‘세계 최초’와 ‘세계 최고’를 지향하며 TV폰, MP3폰 등 기술융합 제품 개발을 이끌었다. “경영이란 기업의 모든 부서가 최적의 조합을 이뤄 최대의 성과를 내도록 하는 ‘종합예술’”이란 경영관을 펴 왔고 ‘스피드 경영의 귀재’로도 불린다.

삼성전자 신사업팀장인 임형규 사장은 반도체 핵심사업인 D램-플래시메모리를 세계 1위로 성장시킨 역군 중 한 명이다. 삼성그룹의 학술연수제도를 통해 최초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삼성이 기른 초특급 엔지니어’로 통한다. 지난해 10월부터 미래의 삼성을 먹여 살릴 신수종(新樹種)사업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이상완 LCD총괄 사장은 1990년대부터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맡아 왔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할 차세대 핵심 CEO란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가 2002∼2007년 6년 연속 LCD 분야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과정에 기여했고 지난해부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초대 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은 연간 매출 100조 원의 삼성전자 안살림을 책임져 온 대표적 재무·관리 전문가이다. 외환위기 당시 삼성전자가 거의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을 때 강력한 구조조정과 혁신을 통해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 치밀한 기획력과 과감한 결단력, 정확한 판단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가 많다.

황창규 기술총괄 사장은 한국의 반도체산업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을 듣는다.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황 사장은 해외 글로벌 경쟁사의 파격적인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치고 ‘일본을 이기겠다’는 신념 하나로 삼성을 선택했다. 2002년 ‘황의 법칙’이라 불리는 반도체 신(新)성장 이론을 발표한 뒤 반도체 신규 시장 창출을 이끌어왔다.

권오현 반도체총괄 사장은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LSI(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 1988년 4메가 D램 개발에 참여해 미국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기여했다. 최근 시스템LSI 분야의 4개 사업부문을 세계 1위에 올리는 성과도 거뒀다.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반도체, 디지털미디어, 정보통신을 두루 거치며 ‘글로벌 삼성’을 이끌어온 CEO로 ‘보르도TV 신화’의 주인공이다. 정확한 일솜씨로 한때 ‘독일병정’으로 불렸다. 198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1인 소장으로 일할 때 1000쪽짜리 기술교재를 암기해 부임 첫해 반도체 100만 달러어치를 팔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박종우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은 1992년 입사한 뒤 반도체 개발을 담당하다 2001년 프린팅사업부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경영자의 길에 들어섰다. 지난해 1월 사장에 취임한 뒤 세계 TV 시장의 지각 변동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LCD TV 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을 2006년 연간 13.5%에서 올해 2분기(4∼6월) 20.4%로 끌어올렸다.

최치훈 디지털미디어총괄 프린팅사업부 사장은 GE에너지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장을 지내다가 지난해 7월 삼성에 부사장급으로 영입됐다. 그 후 1년도 안된 올해 5월 사업수완과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사장단 중 최연소로 기업간 거래(B2B) 프린터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 ‘글로벌 IT 삼성’을 이끄는 CEO들

김순택 삼성SDI 사장은 삼성SDI를 ‘브라운관 제조하는 굴뚝기업’에서 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첨단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시킨 CEO이다. 전지(電池)사업도 세계 2위로 올려놓은 데 이어 태양광, 연료전지 등 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칭기즈칸’으로 불려왔던 그는 요즘 ‘에너지 칭기즈칸’을 꿈꾸고 있다.

삼성SDI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김재욱 기술총괄 사장은 생산라인을 진두지휘하는 ‘현장형 경영인’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총괄 기흥공장장, 삼성SDI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장 등 생산현장에서 줄곧 근무하며 ‘제조의 달인(達人)’으로도 불린다. 엔지니어 출신의 합리성과 현장에서 닦아온 추진력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호문 삼성전기 사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 사업부를 두루 거친 대표적인 ‘테크노 CEO’이다. 2002년 삼성전기 사장으로 부임한 뒤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사업 조직을 제품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재편했다. 지난해 매출 3조5190억 원과 영업이익 1683억 원이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전자 말고 우리도 있다” 세계 누비는 IT 리더들

삼성그룹에는 ‘제2, 제3의 삼성전자’를 꿈꾸는 전자 및 정보기술(IT) 최고경영자(CEO)가 적지 않다.

이석재 삼성코닝정밀유리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의 부품소재 분야 전문 CEO다. 1974년 삼성전기 입사 이후 상품기획 자재구매 생산관리 부문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 삼성의 부품소재 경쟁력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인 삼성SDS 사장은 삼성그룹의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정보화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03년 1월 사장 취임 이후 매년 1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 글로벌 일류 IT 서비스 기업 달성’을 선언하고 해외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은 방위산업 장비나 항공기 엔진 같은 첨단 정밀기계산업의 대표적 전문가다. 사거리 40km급 곡사포인 K-9자주포 ‘썬더’의 개발 및 수출에 성공해 주목받은 그는 올해 5월 삼성테크윈 최초로 내부승진을 통해 사장까지 올라 눈길을 끌었다.

박양규 삼성네트웍스 사장은 34년째 IT 분야에 몸담고 있는 ‘IT CEO’다. 정부 행정 전산화 등 국가 정보인프라 구축 사업과 기업 정보화 컨설팅에서 많은 성과를 올렸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2008 재계 파워엘리트’ 시리즈는 매주 화 목요일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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