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수혜 ‘수출株’ 엇갈린 명암… 자동차는 맑음, IT는 흐림

  • 입력 2008년 8월 29일 03시 01분


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등(원화가치는 하락)하면서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환율 수혜주’ 쪽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수출업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수출주의 주가가 오른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표적 환율 수혜주로 꼽히던 정보기술(IT)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주춤한 반면에 자동차산업 관련 종목은 오르는 등 환율 수혜주 사이에서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 희비 엇갈린 자동차주와 IT주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014.6원에서 28일 1081.8원으로 6.62% 급등했다.

하지만 대표적 수출주인 삼성전자의 이날 주가는 전날보다 9000원(1.70%) 떨어진 52만1000원. 상반기(1∼6월) 중 최저가인 51만 원대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다른 IT 종목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하이닉스는 이달 초 2만1050원으로 시작해 28일까지 8.7% 떨어졌고 LG전자의 주가도 28일 전날보다 2500원(2.36%) 떨어진 10만3500원으로 마감하는 등 이달 중순부터 주가가 꾸준히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자동차주의 가격은 상승했다. 경차인 ‘모닝’의 판매 증가와 신차 ‘포르테’ 출시로 주목을 받고 있는 기아차는 8월 초 1만2000원대로 시작해 28일 1만2900원에 거래됐다. 현대차도 7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증권 장준호 연구원은 “선진국 자동차 시장이 중소형 자동차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현대, 기아차의 중소형 자동차 수요가 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업종별 시장 상황에 주목해야

IT, 자동차 등이 같은 수출주면서도 환율 급등 상황에서 업종별로 주가가 다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업종별 시장전망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원-달러 환율 상승, 유가 하락, 그간 주가가 저평가됐던 점 등 3대 호재가 겹치면서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데 비해 IT주는 수요 위축 등의 악재가 환율상승 효과를 압도하고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3분기(7∼9월) 영업이익 전망을 낮추고 목표 주가도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업황에 따라 주가 전망이 달라질 때에는 무엇보다 해당 기업의 기초체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 오현석 파트장은 “최근 유가가 내린다고 해서 대한항공의 주가가 계속 오르지는 않았다”면서 “환율이든 유가든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할 뿐 주가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의 김지산 연구원은 “환율만 보면 수출 중심인 IT 업종에 분명 우호적이지만 글로벌 경기 위축 때문에 IT제품은 해외시장에서 수요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며 “환율이 업종의 시장상황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환율 수혜주’에 투자할 때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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