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서울 전세물량, 강북 마르고 강남 넘친다

  • 입력 2008년 7월 16일 03시 01분


서울 강남북의 전세시장이 수급 불균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강북권은 재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는 늘고 신규 입주 물량은 적어 전셋집 구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은 신규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 수요자를 찾지 못하는 역(逆)전세난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강북의 전세 수요자들이 강남권으로 이동하기는 쉽지 않아 이 같은 불균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강남북의 엇갈린 전세난

서울 강북권의 전세난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졌다.

재개발지역이 많은 은평구 녹번동 현대아파트 2차 112m²(34평형)는 전세금이 지난해 말에 비해 5000만∼6000만 원 올라 현재 2억2000만 원 선이지만 물량이 거의 없다.

동대문구 답십리동 두산위브아파트 83m²(25평형)와 109m²(33평형)도 지난해 말보다 전세금이 평균 1000만 원 이상 올라 현재 각각 1억7000만 원과 2억3000만 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됐다.

답십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소형 아파트 전세 수요는 많지만 기존 전세 세입자들이 계약을 연장하려는 분위기라 전세 물량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반면 서울 강남권에서는 전세 수요자가 적어 집주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송파구 잠실동 인근에서 109m² 아파트의 전세금은 3억5000만∼3억8000만 원을 웃돌았지만 최근에는 최대 1억 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서초구 잠원동 양지공인 이덕원 사장은 “현재까지는 큰 영향이 없지만 반포주공 2, 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와 ‘반포래미안’의 입주가 시작되면 반포 일대 아파트 값은 물론 전세금도 동반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 경기 침체도 영향

서울 강남북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신규 입주 물량의 차이 때문이다.

15일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에서 새로 입주할 아파트 물량은 총 3만6948채에 달한다. 하지만 강북 도봉 성동 금천 중랑 중구 등 6개구에는 입주 예정 아파트가 한 채도 없다.

반면 송파구에서는 신천동 잠실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파크리오’(6864채)를 포함해 ‘리센츠’(5000채)와 ‘엘스’(5678채) 등에서 하반기에 입주가 시작된다.

서초구 반포동에서도 ‘반포자이’와 ‘반포래미안’ 등 총 5854채의 아파트가 올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이 중 상당수는 집주인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 물량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강북권 재개발에 따른 철거 이주 수요가 올해 3만여 가구에 달하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현재 성동구 금호17구역과 옥수12구역 등에서는 5000여 채, 동대문구 제기4구역과 전농7구역 등에서 2900여 채, 서대문구에서 4241채가 이주하거나 이주할 예정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강북의 기존 세입자들은 움직이지 않고, 3.3m²(1평)당 1000만 원에 달하는 강남권 전세 수요자는 줄어들고 있어 수급 불균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강북 수요자의 강남 이주는 쉽지 않아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면 매매와 전세시장 모두 혼란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강북권의 전세 수요가 교통시설이 좋은 외곽으로 흡수되면서 경기 북부권까지 전세난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은 세입자를 찾지 못해 입주가 늦어지는 단지도 나올 수 있다. 또 집주인들이 대출금으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으로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주변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강북 세입자들이 강남권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사장은 “강북과 강남은 일단 가격 차가 많이 나는 데다 강북 세입자가 강남으로 이사하더라도 2년 뒤 재계약 시점에서 전세시장이 회복되면 전세금으로 수천만 원 이상을 올려 줘야 하기 때문에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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