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퇴진하는 ‘막강 삼성맨’ 4人

  • 입력 2008년 4월 23일 03시 01분


이학수 부회장, ‘삼성 2인자’ 컨트롤 타워 역할

김인주 사장, 그룹 구조조정 주도한 재무통

황태선 사장, 비자금 조성 혐의… 2년만에 하차

배호원 사장, 2001년부터 금융계열사 사장 맡아

22일 발표된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에 따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함께 그룹 전략기획실의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황태선 삼성화재 사장,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등 네 명의 전문 경영인도 동반퇴진한다.

이들은 이 회장을 도와 그동안 삼성을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시키는 데 앞장섰지만 특검 수사에서 각종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결국 ‘삼성맨의 옷’을 벗게 됐다.

○ 삼성 2인자와 ‘핵심 재무통’의 퇴장

이학수 부회장은 1969년 고려대 상학과를 졸업했고, 25세 때인 1971년 제일모직에 입사했다. 1982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비서실 운영1팀장으로 발탁된 이후 삼성가(家)의 절대적 신임을 받아왔다.

특히 1997년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장에 오른 뒤 지금까지 10년 이상 확고한 ‘삼성의 2인자’로 꼽혔다.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그를 보좌해 삼성그룹의 명실상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왔다.

그와 이 회장의 관계는 각별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가족보다 이 회장을 잘 아는 사람이 이학수 부회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회장의 신임만큼이나 이 부회장의 충성심도 철저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경영자는 이건희 회장” “이 회장은 동서남북을 분간할 수 없는 바다 같은 분” “남자가 봐도 참 매력 있는 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옛 구조조정본부 및 전략기획실 체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나올 때마다 이 부회장은 표적이 됐다. 2002년 대선자금 수사와 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도 핵심당사자로 지목됐던 그는 결국 특검 수사에 따른 삼성그룹의 경영쇄신 과정에서 옷을 벗게 됐다.

이 부회장과 함께 퇴진하는 김인주 사장은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역시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이 부회장처럼 1980년 제일모직에 입사했으나 1990년부터 그룹 비서실에서 줄곧 재무를 담당했다.

외환위기 시절 이 부회장과 호흡을 맞추며 전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이끌었고 CJ 신세계 한솔 등의 계열분리 같은 핵심 업무를 책임졌다. “이건희 회장의 오른팔이 이학수 부회장이라면 이 부회장의 오른팔은 김인주 사장”이란 말이 있을 정도였다.

김 사장의 초고속 승진은 삼성 내에서 유명하다. 1997년 이사→1998년 상무→1999년 전무→2001년 부사장→2004년 사장으로 출세 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김 사장 역시 삼성그룹에 대한 각종 의혹의 핵심 관련자로 지목됐다. 특검 수사결과 에버랜드, 삼성SDS의 양도소득세 포탈에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결국 ‘삼성의 곳간 열쇠’를 내놓게 됐다.

○ 특검 수사의 직격탄과 유탄

황태선 사장은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으로 일할 당시 차명계좌를 이용해 미지급 보험금을 재원으로 9억8000만 원을 조성한 혐의(횡령)로 특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황 사장은 1974년 제일제당에 입사해 1993년 삼성화재로 옮긴 뒤 재무담당 이사, 경영지원실장,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지냈고 2006년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올랐다.

배호원 사장은 1977년 당시 제일합섬에 입사한 뒤 1992년 삼성생명으로 옮겨 경영지원실장,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거쳤다. 2001년 삼성투신운용 사장을 맡았으며 2003년 1월부터 삼성생명 자산·법인부문 총괄사장을 지낸 후 2004년 5월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특검 수사 결과 기소되지는 않았으나 그룹의 재무 전문가로서 차명계좌 문제 등에 관여한 책임을 지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상징적 조치’의 하나로 물러나게 됐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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