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삼성 비자금 의혹을 처음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와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 삼성 비리 의혹 고발인 단체들은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조준웅 특별검사팀 기자실에서 특검팀의 전날 수사결과 발표 내용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변호사와 참여연대 등은 이날 회견에서 삼성특검 수사의 문제점으로 △에버랜드 주식 1주의 적정 가격은 22만3659원이어야 하고 △차명계좌 비자금 규모와 원천은 특검팀이 제대로 못 밝혔고 △로비 의혹 수사는 삼성 측 진술만 받아들였고 △엄청난 조세포탈 액수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점 등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특검이) 삼성을 수사하랬는데 왜 나를 수사하느냐”며 “이 특검을 통해서 삼성이 정말 위력이 대단하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문제 척결에는 인생을 걸 만하다. 평생 할 만한 일을 정말 내가 찾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17일 수사 결과 발표 내용을 근거로 김 변호사와 참여연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에버랜드 주가가 22만 원대가 될 수 없는 점에 대해 특검팀은 이미 에버랜드 항소심 판결문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가 “차명계좌 비자금 규모와 관련해 특검팀은 삼성 측 자료에만 의존했다”고 주장했지만 특검팀은 오해라고 반박했다. 차명 자금 규모는 다각적인 조사를 통해 확인한 것이며 삼성 측은 결과적으로 혐의를 시인하는 의미로 차명계좌 자료를 제출했다는 얘기다.
로비 의혹과 관련해 부인하는 삼성 측의 주장만 받아들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특검팀 관계자는 “돈을 줬다는 김 변호사의 진술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고 다른 관련자들은 극구 부인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사 결과였다”고 전했다.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데 대해 특검팀은 포탈 액수는 엄청나지만 죄질의 측면에서 보면 반드시 구속이 필요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삼성 공식반응 자제 속 “꼬투리잡기 이제 그만”▼
삼성그룹은 김용철 변호사의 18일 기자회견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김 변호사의 발언 내용이 대체로 조준웅 특별검사팀에 대한 불만 토로여서 삼성이 별도로 언급할 사안은 아니라는 분위기였다.
다만 삼성 내부에서는 김 변호사의 ‘꼬투리 잡기’에 질렸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김 변호사의 오늘 기자회견 내용도 전형적인 특검 뒷다리 잡기”라며 “특검도 안 되겠다, 검찰도 안 되겠다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김 변호사의 맘에 드는 수사가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변호사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이어가고 있는데 기업이 계속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일에만 매달릴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삼성은 오히려 특검 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해외 언론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날 “삼성이 이번 수사 결과 등으로 주춤거릴 경우 지난 2, 3년간 삼성전자에 맞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대항 태세를 갖춰온 일본 경쟁업체들로서는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한 데 대해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삼성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삼성의 경영공백을 예상하는 얘기가 많은데 국내에서는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