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연속 임금동결 LG전자 박준수 노조위원장

  • 입력 2008년 3월 11일 02시 54분


7일 임단협 타결 직후 함께 포즈를 취한 박준수 LG전자 노조위원장(왼쪽)과 남용 LG전자 부회장. 사진 제공 LG전자
7일 임단협 타결 직후 함께 포즈를 취한 박준수 LG전자 노조위원장(왼쪽)과 남용 LG전자 부회장. 사진 제공 LG전자
“남편(회사)의 잘못에 반발만 하면 가정파탄

부인(노조)이 때론 바가지-때론 애교 떨어야”

“LG전자는 나 혼자만의 회사가 아닙니다. 현 노조원들만의 회사도 아닙니다. 임금 동결은 우리 자식, 우리 후손도 오래 다닐 수 있는 경쟁력 있는 LG전자를 만들려는 것입니다.”

최근 LG전자의 ‘2년 연속 임금 동결’과 ‘19년 연속 무(無)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인 박준수(54) 노조위원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제는 근시안적이지 않고 미래 지향적인 노조가 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LG전자는 이달 5, 6일 이틀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노경(勞經)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워크숍을 연 뒤 7일 30여 분 만에 임단협을 타결했다. ‘노경’은 LG전자가 수직적 느낌을 주는 ‘노사(勞使)’ 대신 사용하는 표현.

임금 동결은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을 의미한다. 그만큼 노조원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결정인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일부 대기업은 임금 협상만 수십 차례를 하고, 그 기간도 수개월이 걸리곤 하지만 우리(LG전자)는 다르다”며 “노경 양측이 서로의 처지를 자기 일처럼 살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신뢰 관계는 LG만의 자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회사의 경쟁력을 위해 고통을 분담하면 훗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있을 것이란 상호 믿음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노경 관계는 부부 관계와 같다”며 ‘회사는 남편, 노조는 부인’에 비유했다.

박 위원장은 “남편이 부인을 화나게 했다고 해서 대책 없이 반발만 하면 가정 파탄이 올 수도 있다”며 “남편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면 부인이 때론 바가지도 긁고, 때론 애교도 떨면서 다양한 제스처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부인(노조)의 노력도 있어야 ‘신뢰하는 부부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7일 임단협 자리에서 박 위원장의 이런 ‘부부론’에 대해 “부부 관계는 좋을 때 서로에게 더 잘해야 한다”며 “절대 (노조를)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고 더욱 잘하겠다”고 화답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