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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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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TMC가 2006년 생산라인 중 일부를 인도 첸나이 공장으로 옮기자 국내에서 노키아가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강창학 노키아TMC 기획담당 이사는 “이번 생산라인 이전은 인건비가 싼 인도에서는 ‘저가폰’을, 한국에서는 ‘프리미엄폰’을 만드는 글로벌 생산체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산업화 시기에 값싼 임금에 의존하던 가공무역 업체의 철수로 내리막길을 걷던 제1호 외국인 전용공단인 마산자유무역지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입주 기업 중 매출액 1위인 노키아TMC가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 시계 제조기업인 카시오는 고임금을 이겨내지 못하고 철수하는 등 마산자유무역지역이 변환기에 접어들었다.
핀란드에서 옮겨온 노키아TMC 생산라인인 ‘R1165’라인. 여기서 생산된 제품은 부착된 카메라가 500만 화소에 저장장치가 8GB(기가바이트)나 되는 비동기식 차세대 휴대전화(W-CDMA)인 ‘프리미엄폰’이다. 일반 휴대전화는 200만 화소, 2GB에 그친다.
생산라인 앞 칠판에는 ‘목표 불량률 5%, 19일 현재 불량률 3.32%’라고 써 있었다.
“한국의 인건비가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비싸게 팔리는 프리미엄폰을 생산하면 문제가 없지요. 그런 점에서 한국산은 품질이 좋기 때문에 유리합니다.”(품질관리담당 정한주 씨)
또 소비자들이 노키아TMC 제품을 애프터서비스센터에 맡기는 비율이 0.12%로 전 세계 노키아 공장(0.2∼0.3%대)의 절반에 그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일본 전자제품 기업인 한국소니전자도 지난해 9월부터 차세대 저장장치인 블루레이 디스크의 내용을 읽어 내는 블루레이 옵티컬픽업을 생산하고 있었다.
블루레이 디스크는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보다 고화질인 광디스크 저장장치로 블루레이 옵티컬픽업은 DVD 옵티컬픽업 가격의 10배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제품.
한국소니전자는 소니의 대표 상품인 이어폰과 오디오를 집중 생산했던 방식을 포기하고, 이들 제품 생산라인은 대부분 해외로 이전했다.
마산자유무역지역관리원 관계자는 “한국소니전자는 평일 잔업은 물론 휴일에도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 철수하는 입주 기업도 적지 않아
같은 시간 일본 카시오의 한국 공장인 한국카시오. 이 회사의 일부 사무실은 비워져 있고, 집기를 한창 실어 나르는 등 직원들이 철수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인근 일본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산요도 지난해 디지털카메라 제조 공장인 동경TT주식회사를 국내 기업에 매각했다.
마산자유무역지역관리원에 따르면 입주 기업들의 고용 인원은 1987년 3만6411명까지 늘었지만, 이후 매년 줄어 지난해 7055명으로 떨어졌다.
입주 기업들의 수출액도 2004년 46억1777만 달러를 정점으로 2005년 42억4101만 달러, 2006년 39억1416만 달러, 2007년 32억5600만 달러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자유무역지역 도로 등 인프라는 입주 기업들의 침체된 모습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 노후했다.
2차로 도로 중 1차로는 기업들의 자동차에 ‘점령’당한 가운데 수출품을 실은 트럭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자유무역지역 내 상주 차량이 3120대나 되지만 주차시설은 1420대만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공장도 지어진 지 30년 이상 돼 페인트가 벗겨져 있는 등 외국인 바이어를 데려오기에는 창피한 수준이라고 한 입주 기업 관계자가 전했다.
최원도 산업자원부 마산자유무역지역관리원장은 “마산자유무역지역이 외국인 투자 유치 활성화를 통해 ‘제2의 영화’를 누리려면 도로 개선과 노후시설 보수 등 과제가 적지 않으며, 입주 기업의 산업구조 고도화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마산=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