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기침체 우려 속에도 버핏의 투자는 계속된다, 왜?

  • 입력 2008년 1월 8일 02시 52분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열정적인 손짓을 하며 강연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열정적인 손짓을 하며 강연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美 경제 장기적으로 낙관… 가치투자 소신 지켜

비상장 알짜기업 또 인수… 채권 보증업도 진출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최근 왕성한 투자에 나서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버핏의 투자 경로를 보면 돈이 보인다는 말이 당연시될 만큼 그의 행보는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실적은 좋지만 저평가된’ 주식과 회사를 찾는 데 동물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5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이 회사가 주식을 매입한 포스코에 대해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로 너무나 좋은 회사”라고 극찬한 바 있다. 당시 40만 원대였던 포스코 주가는 현재 56만 원을 넘어섰다.

○ 산업용 기기 제조 회사 인수 눈길

최근 버핏 회장이 투자한 회사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마몽그룹’. 미국인들도 잘 알지 못하지만 수도관부터 전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용 기기를 만드는 125개 기업으로 이루어진 복합 기업이다. 비상장 기업이지만 연간 매출이 70억 달러에 이르러 알짜 회사로 통한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 12월 25일 이 회사 지분 60%를 45억 달러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지분 40%도 순차적으로 매입할 예정이다.

화려한 기업보다는 미래에도 꾸준히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하는 버핏 회장의 ‘가치 투자 철학’이 적용된 전형적인 사례다.

마몽그룹은 중국이나 유럽 등에도 진출해 있지만 핵심 시장은 미국이다. 최근 주택경기 침체에 따라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버핏 회장이 미국 경제의 장기 전망을 낙관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마몽그룹 인수 결정 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마몽은 미국의 기본 산업에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장기적으로 판단한 결과로 미국(경제)에 크게 베팅했다”고 밝혔다.

○ 월가 대형 회사 투자 요청은 ‘노’, 채권보증업은 ‘예스’

버핏 회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채권보증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해 월가에 충격을 줬다. 기존 채권보증업계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채권 보증업은 미국의 주(州), 시, 카운티 등 지방정부가 학교나 병원, 하수도 등 공공시설을 짓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에 보증을 해주는 사업. 버핏 회장은 기존 회사의 인수 대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버핏 회장은 이에 앞서 네덜란드의 대형금융사 ING그룹의 재보험사인 NRG를 4억40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미국 전력회사인 TXU가 발행한 21억 달러의 채권도 매입했다고 공개했다.

반면 그는 월가 대형 투자회사들의 지분 매입 요청에 대해선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아 주목된다.

그는 지난달 26일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월가 투자은행들이 지분 매입을 직간접적으로 요청해 왔으나 아직까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브 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타격을 입은 대형 투자은행들이 제대로 된 수익을 내기까지는 몇 년가량 소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릴린치와 씨티그룹 등은 중국과 중동의 국부(國富)펀드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긴급 수혈한 바 있다.

○ 위기에 빛을 발하는 투자 방식

버핏 회장 투자 철학의 특징은 유행에 휩쓸리기보다는 철저하게 가치 중심으로 투자를 한다는 점. 이 때문에 시장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을 때 그의 투자는 더욱 빛을 발한다. 예를 들어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종목의 수익률을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시점에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지난해에도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연초 대비 28.7%나 급등했다. 한때 주가가 15만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모두가 투자를 꺼릴 때 돈이 되는 곳에 베팅을 크게 하는 것도 ‘버핏식’ 투자 방식의 특징 중 하나다. 언젠가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수익률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버핏 회장이 최근 잇달아 메가톤급 투자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현재 현금자산이 470억 달러에 이르고 있어 추가 투자에 나설 여력도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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