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 봅시다]웅진코웨이 홍준기 사장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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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디자인은 곧 기업의 정체성입니다. 디자인 경영은 제품 외관뿐 아니라 제품 서비스 요원의 복장에서부터 광고, 마케팅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어야 합니다.”

홍준기(49·사진) 웅진코웨이 사장은 7일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웅진코웨이 본사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묻자 “디자인이 앞서야 혁신적인 기술이 나올 수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등 생활환경가전을 만드는 기업. 제품 서비스 전문가인 ‘코디’ 이미지 때문인지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회사다.

홍 사장은 지난해 6월 23년간 다니던 삼성전자를 떠나 웅진코웨이로 자리를 옮겼다. 사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진급한 ‘잘나가던’ 삼성맨이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간다고 결정했을 때 주위에서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

“1958년 개띠란 천성 때문인지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참살이는 거부할 수 없는 메가 트렌드인 만큼 생활환경에 특화된 웅진코웨이의 가능성을 믿었습니다.”

1년 6개월의 재직 기간에 홍 사장이 중점을 둔 부분은 디자인. 그는 지난해 대표이사 취임 3일 후 참석한 사내 디자인 품평회에서 정수기 제품의 폭을 30% 줄이라고 지시했다. 당초 50% 이상 줄이라고 요구했지만 실무자들이 난색을 표해 자신의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외아들이 미국 유학 중이라 부부끼리 단출히 살다 보니 저도 종종 설거지를 합니다. 그런데 싱크대 공간을 크게 차지하는 정수기가 불편해서 부피부터 줄여 보기로 한 거죠.”

그렇게 만든 제품이 배우 송혜교가 광고모델로 등장해 일명 ‘송혜교 정수기’라 불리는 CHP-06DL 모델이다. ‘슬림&모던’을 테마로 전면에 실버와 화이트 컬러를 부드럽게 대비시켜 깔끔한 디자인으로 기존 제품과 차별화했다.

디자인뿐 아니라 제품 크기도 다른 업체 제품의 60% 수준으로 줄였다. 이 제품으로 웅진코웨이는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또 최근 ‘2007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을 때 삼성 TV가 미국 소매점 한구석에 처박힌 것에서부터 2003년 보르도 TV가 디자인으로 세계를 제패하는 것까지 봤습니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삼성도 세계 수준의 디자인을 만드는 데 20년이 걸렸습니다.”

디자인 경영에 대한 홍 사장의 신념은 확고하다. 홍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3명뿐이던 디자이너를 12명으로 늘렸다. 관련 사업부 예산도 4배로 늘렸다. 당장은 결과물이 없지만 언젠가 열매를 거둘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홍 사장의 디자인 경영 키워드는 디노베이션(디자인과 이노베이션의 합성어). 웅진코웨이의 제품디자인 제안전 명칭이기도 하다.

“경영자에게 디자인은 고객을 설득하는 도구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회사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임직원에게 비전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도 합니다.”

홍 사장의 디자인 경영은 해외사업 강화와 맞닿아 있다. 웅진코웨이는 내년 해외 매출 규모를 지난해 대비 18배 이상 키우겠다는 내부 목표를 세웠다.

“전 세계 시장에서 생활환경 분야 메이저 기업이 없기 때문에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내실을 다진 웅진코웨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홍준기 사장은… △1958년 경기 안산 출생 △1983년 성균관대 전자공학과 졸업 △1997년 삼성전자 컬러TV 품질평가 그룹장 △2003년 삼성전자 스페인 생산법인 공장장 △2005년 삼성전자 헝가리 생산·판매 법인장 △2006년 6월 웅진코웨이 해외사업 및 R&D 총괄 대표이사 사장(공동 대표이사) △2007년 3월~ 웅진코웨이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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