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코스피 2,000 턱밑서 매도 공세, 단순 차익실현?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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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연일 계속되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밀려 2,000 고지 바로 밑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4일 코스피지수는 개장하자마자 2,000을 돌파했지만 곧바로 외국인이 매도에 나서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기관과 개인이 사들이면 외국인이 파는 양상이 되풀이되면서 결국 전날보다 소폭(0.79포인트, 0.04%)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13일부터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2조3000여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은 모두 1조5000억 원가량을 사들여 대조를 보였다. 외국인이 팔면 기관과 개인이 매입해 지수를 떠받치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외국인 매도의 의미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주가 급등 이용해 차익 실현”

최근 외국인은 한국과 달리 일본, 대만, 인도 등 아시아 다른 국가에선 계속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6일부터 4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인도에서 1조3851억 원어치를 사들였으며 태국에서도 28억 원어치를 순매입(매입금액에서 매도금액을 뺀 것)했다.

6월 한 달 동안에도 외국인은 일본에서 13조1100억 원을 순매입한 것을 비롯해 대만(5조300여억 원), 인도(1조6711여억 원), 태국(8997억 원), 필리핀(3686억 원)에서 ‘사자’로 나섰다. 반면 이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는 모두 3조6167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주가가 오른 틈을 이용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지수가 1,700 이하일 때는 3조1000여억 원을 매입했지만 1,700 선을 넘어서자 5조 원 이상 매도했고 1,900대에서는 매도세가 더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이 매도한 종목은 조선 철강 등 그동안 많이 오른 업종에 집중돼 있다. 오 연구위원은 “주가가 쉬지 않고 급등한 데 따른 현상으로 증시가 조정다운 조정에 들어간다면 외국인의 매도는 일단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0 선 안착 늦어질 수도”

한국 증시의 주가가 많이 올라 가격이 싸다는 매력이 사라지자 외국인이 한국에서 자금을 회수해 좀 더 주가가 싼 신흥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3을 넘어서자 가격 부담이 작은 아시아 신흥지역의 투자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움직임이 국내 증시의 흐름을 뒤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성진경 대신증권 책임연구원은 “증시의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난 데다 국내 기관투자가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는 코스피지수 2,000을 본격적으로 돌파하는 시점을 늦추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임동민 동부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 급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등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 외국인들의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며 “외국인의 매도 추세가 지속된다면 증시 조정 폭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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