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동산기업 ‘코리안 드림’

  • 입력 2007년 6월 30일 03시 00분


외국의 거대 부동산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의 최대 부동산 중개업체인 리얼로지 그룹은 올 하반기(7∼12월) 국내 시장에 새로운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상륙시킬 계획인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이에 앞서 영국계 부동산 자산관리 회사인 세빌스는 올해 초 이 분야 국내 1위 업체인 BHP코리아를 인수했다.

외국기업의 진출에 따라 국내 부동산시장이 좀 더 투명해지고 ‘동네 복덕방’ 수준에 머물러 있던 부동산 매매 관행도 점차 바뀔지 주목된다.

○ 미 리얼로지 그룹 프랜차이즈 브랜드 한국 상륙

리얼로지 그룹은 자사(自社)의 부동산 프랜차이즈 브랜드이자 기업인 ‘콜드웰뱅커’를 올해 하반기 한국에 들여올 예정이다.

리얼로지 그룹은 2005년 매출액이 71억 달러(약 6조6000억 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으로 센추리21, ERA 등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소유하고 있다. 콜드웰뱅커는 세계 32개국에 12만6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현재 부동산114, 스피드뱅크 등 국내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프랜차이즈 사업은 지역 중개업소가 자사의 브랜드를 간판에 달 수 있도록 빌려 주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리얼로지 그룹은 본사에서 고용한 변호사들을 통해 부동산 매매 고객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각 가맹점의 중개인들에게 법률 교육까지 해 주고 있어 한국에서도 이런 영업방식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이 그룹이 한국 진출을 모색하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도입돼 국내 부동산 시장이 점차 투명해지면서 대형 중개법인에 부동산 매매를 의뢰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1990년대 중반 국내 부동산 시장에 진출했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114 등 국내 업체에 밀려 사실상 실패했던 센추리21과 ERA코리아도 부동산 자산관리업, 해외 부동산 중개 등 다른 영역으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 국내 1위 부동산 자산관리업체가 외국계로

부동산 자산관리 시장에서도 외국계 다국적 기업들이 적극 진출하고 있다.

세빌스는 올해 1월 국내 자산관리 업계 1위(계열사 자산관리 제외)인 BHP코리아의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전체 지분의 55%를 확보했다. 부동산 자산관리 분야의 국내 정상급 업체가 외국계 회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BHP코리아는 외환위기 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센터)’,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SFC)’ 등 굵직굵직한 대형 빌딩 30개를 관리해 왔다.

부동산 자산관리 업계 관계자는 “BHP코리아가 ‘부동산 자산관리’ 개념이 거의 없던 외환위기 직후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짧은 시간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대형 빌딩을 잇달아 사들인 외국의 금융회사들이 평소 거래해 온 외국계 자산관리 업체를 선호하면서 ‘토종’ BHP코리아는 고전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세빌스로 경영권을 넘기게 됐다.

미국계 부동산 자산관리 업체인 CBRE도 BHP코리아가 자산관리를 했던 스타타워를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도 외국계 회사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싱가포르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파이스트 그룹은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 부동산 부문 사장인 치아 씨는 “싱가포르에서 짓고 있는 주택을 한국에서 분양하는 사업부터 시작해 장기적으로는 한국 내 부동산 상품을 직접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부동산 금융연구소의 강민석 수석연구원은 “한국 부동산 시장이 성숙할수록 외국계 다국적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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