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브랜드]파브가 보여주는 비전… 거대한 프리미엄 세계

  • 입력 2006년 9월 1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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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ful Audio & Vast Vision.’

굳이 직역하자면 ‘강력한 음향과 넓은 비전’인 이 말이 익숙한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앞글자만 뗀 약자를 제시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PAVV(파브).’ 현재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TV 브랜드다.

파브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8년 10월.

당시 대화면TV나 고급TV는 국내시장마저 해외 브랜드가 장악한 성역이었다.

외환위기의 한파까지 거셌던 시절, 한국 브랜드가 외국 선발주자들의 견제를 뚫고 정상의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드물었다.》

그러나 파브는 불과 몇 년 만에 ‘이 세상 최고의 브랜드는 당신입니다’란 슬로건처럼 세계시장 1위로 우뚝 섰다. 탄탄한 품질과 기술력이 밑바탕이 됐지만 출시 전부터 공들인 브랜드 이미지도 한몫했다.

변방의 이름 없는 신인으로 출발해 월드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파’워 ‘브’랜드, 파브가 걸어온 길을 살펴봤다.

○고정관념을 깨다

파브가 태어났을 때 대화면TV는 소수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TV는 ‘방송만 잘 나오면 그만’이었다. 넉넉한 집이나 외제 대화면TV를 본다는 인식이 팽배해 국산은 20인치급 TV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파브 브랜드 출범의 산파역을 맡은 삼성전자 ‘T프로젝트’ 팀의 생각은 달랐다. 초대형 고급TV 시장을 포기하면 앞으로 펼쳐질 디지털TV 경쟁에서도 외국 브랜드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온갖 정성을 들여 브랜드 개발에 매달렸다.

이름만으로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삼성’이란 브랜드를 과감히 버린 것도 이 때문이다. “TV는 집안 전체의 품격을 나타내는 세련된 고급 가전제품”(삼성전자 손정환 상무)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파브를 해외 브랜드로 오해하기도 했다.

전략은 주효했다. 출시한 지 몇 달도 안 돼 국내 시장 점유율 50%를 기록했다. 파브의 프리미엄 브랜드 마케팅은 이후 다른 업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TV는 물론 냉장고 휴대전화 등 여러 분야에서 시작된 프리미엄 브랜드 전쟁의 효시가 된 셈이다.

‘한발 앞선 기술적 진보’와 브랜드 이미지를 연결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1996년 ‘자연색에 가까운 화질의 구현’이란 목표를 세운 뒤 6년 만인 2002년 ‘DNIe(Digital Natural Image engine)’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2005년엔 밝은 곳에서도 빛이 반사되지 않아 화면의 흐림 현상이 없는 ‘데이라이트(Daylight)’ 기술을 개발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TV, 프로젝션, 슬림 브라운관 등 이 시대를 풍미하는 모든 고급TV를 갖춰 세계 최강의 라인업을 구축했다. 단순히 이름만 프리미엄인 것이 아니라 알맹이까지 프리미엄 브랜드가 된 것이다.

○일류 브랜드와 일류 모델의 결합

노무현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던 2004년, 엘리자베스 여왕은 파브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32인치 LCD TV를 여왕에게 선물했다. 버킹엄 궁과 윈저 궁의 TV는 필립스 제품에서 파브로 바뀌었다.

파브의 위상은 달라졌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단계가 아니라 이제 그 위치를 어떻게 지키느냐가 관건이 됐다. 이는 파브의 브랜드 광고나 시리즈 제품 목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부터 축구황제 펠레, 한국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 프랑스 유명디자이너 카스텔 바자크에 이르기까지 파브의 모델은 하나같이 ‘당대 최고’다. 지난달 계약한 이승엽도 파브의 ‘초일류 브랜드’에 잘 어울린다.

최근 선보이는 시리즈 제품 이름에서도 정상을 고수하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올 4월 출시해 선진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보르도’와 지난달 내놓은 ‘모젤’ 등 와인 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렷한 화질의 슈퍼 PVA 패널을 갖춘 보르도와 국내 최초로 색 재현 100%를 달성한 모젤. 프랑스 최고의 레드와인 산지인 보르도와 독일 명품 화이트와인이 생산되는 모젤이란 이름을 통해 ‘베스트 오브 베스트’의 브랜드 이미지를 담은 것이다.

지난해 12월 브랜드 파워 조사에서 TV 부문 1위를 차지해 박지성 장동건 이효리와 어깨를 나란히 한 파브. 올 1월엔 국내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뽑은 최고의 TV로 선정됐다.

‘TV의 네오 룩(Neo Look)’의 문을 연 파브. “아름다움의 크기가 다르다.”(제일기획 신경호 디렉터)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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