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파이… 참일슬… 짝퉁식품 해외서 판친다

  • 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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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명 식품회사들이 외국에서 나도는 ‘짝퉁’ 제품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내용물은 전혀 다른데 제품 포장과 상표를 무단으로 감쪽같이 모방해 소비자들이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법적으로 대응하려고 해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가짜를 만든 제조회사에 책임을 물으려 해도 포장에 쓰인 주소조차 가짜인 경우가 많아 마땅한 대응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동원F&B는 3월 일본 나고야(名古屋)의 한 할인점에서 발견된 ‘양반김’ 짝퉁 제품 제조사와 마찰을 빚고 있다.

문제가 된 김은 일본 하마오토메(橫乙女)사가 팔고 있는 작은 김 8장이 들어 있는 제품으로 포장 중앙에 ‘양반김’이라는 한글 브랜드가 똑같이 적혀 있다. ‘양반김’은 동원 측에서 이미 일본에 등록한 상표.

동원F&B 측은 하마오토메에 상표 사용을 전면 중지하고 문제가 된 제품을 전부 거둬들여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또 하마오토메 인터넷 홈페이지에 3개월간 사과 광고를 게재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한글은 일본인에게 의미 없는 그림에 불과하다”며 “상표권을 침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동원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하마오토메는 “분쟁을 원치 않기 때문에 포장 디자인은 바꾸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제품 수거나 사과 광고에 대해선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하는 다른 회사에 비하면 법적 절차를 밟고 있는 동원F&B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롯데제과는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빙과음료 ‘설레임’과 포장 디자인이 똑같은 짝퉁 제품을 발견했다. 포장 도안과 색상이 똑같아 누가 봐도 ‘설레임’의 중국 수출용 제품으로 오해할 정도. 하지만 롯데는 ‘설레임’을 중국에 수출하지 않는다.

롯데제과 측은 “내수 부진으로 ‘설레임’을 중국에 수출할 생각이었는데 가짜 제품이 발견돼 당초 예정된 수출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짝퉁 ‘설레임’을 어느 회사에서 만드는지 파악하려고 애를 썼지만 제품 포장지에 적혀 있는 주소도 가짜로 드러나 난감해하고 있다.

이 밖에 중국과 베트남 일본 미국 등에서는 ‘코코파이’(초코파이 모방 제품), ‘한이슬’(참이슬) ‘참일슬’(참이슬), ‘롯디리아’(롯데리아) 등 짝퉁이 넘쳐 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짝퉁이 유통되는 것을 그저 손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 처지다.

동원F&B 무역팀 신상근 팀장은 “품질과 맛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짝퉁 때문에 매출이 타격을 받진 않겠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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