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면 죽는다”…캠코, 복수노조 시대에 ‘통합노조’ 발족

  • 입력 2006년 7월 5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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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신분’이 달랐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근로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면서도 정규직은 무료 건강검진을 받고 비정규직은 받지 못할 정도다.

정규직은 “비정규직 때문에 우리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며 불만을 터뜨렸고, 비정규직은 “같은 일을 하지만 차별받는다”며 정규직을 원망했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은 2004년 5월 따로 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총 아래로 들어갔다. 정규직 노조는 한국노총 금융노조 소속. ‘한 지붕 두 노조’라는 어색한 동거였다.

하지만 갈등은 화해로 마무리됐다. 캠코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는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캠코 본사에서 대의원대회를 열고 통합노조 출범식을 치른다.

내년 복수노조 전면 허용을 앞두고 ‘노-노 갈등’마저 예상되는 상황에서 거꾸로 통합의 길을 택한 것. 통합노조는 한국노총 금융노조 산하다.

캠코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쏟아진 각종 부실채권 관리를 위해 대규모 인력을 채용했다. 애초 400명이던 직원은 2002년 1700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비정규직이었다. 2002년 이후 부실채권 정리가 마무리되자 이들은 퇴출 대상이 됐다.

위기였다. 정부가 1300여 명을 다시 줄여 조직을 ‘원상 복구’ 하라고 하자 경영진은 1000명을 줄이겠다고 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 사이에 ‘성명전’이 벌어지는 등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해법은 정규직의 양보였다. 노조는 직원 700명을 줄이고 정규직도 자발적으로 퇴출 대상이 되겠다고 회사 측에 제안했다. 지난해까지 비정규직 약 100명은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통합노조의 첫 위원장이 된 임명배씨는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처우를 끌어올리는 데 동의했고,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기득권을 인정하기로 합의했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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