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김재록 로비' 외 비자금 단서도…檢 별도수사 시사

  • 입력 2006년 3월 29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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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29일 금융브로커 김재록 씨를 통해 정·관계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비자금 단서를 추가로 확보했다며 앞으로 이 부분의 수사를 분리해 별도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금까지 파악한 현대차 그룹의 물류운송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비자금만 100억원대를 넘는 것으로 확인돼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 등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씨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앙수사부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지금까지의 수사가 김재록 씨 로비 의혹 중심의 '원 트랙(One-track)'이었다면 앞으로는 김 씨 사건과 글로비스를 포함한 현대차 비자금 의혹 사건이라는 '투 트랙'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자금 단서 추가 확보가 '투 트랙' 수사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수부는 수사팀을 '김재록 씨 로비 의혹'과 '현대차 비자금' 분야로 나눠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이 추가로 입수했다는 '비자금 단서'란 26일 글로비스 본사를 압수수색할 때 비밀금고에서 발견한 수십억 원의 현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미국 달러화 등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검찰은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이 하청업체와 미국 거래업체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 69억8000여만원 외에 별도로 거액의 비자금을 만들어 금고에 보관하고 있었고 이번에 압수된 돈은 현대차가 '정관계 로비 등에 쓰고 남은 돈'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그동안 김씨 로비 사건의 지류 수준이었던 현대차 비자금 비중을 격상시킴에 따라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씨를 둘러싼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과 현대차그룹의 분식회계 수사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채 수사기획관은 "현대차그룹의 전체 비자금 추적에는 엄청난 인력과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그룹 전체 비리 의혹은) 수사대상이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채 수사기획관은 "물증이 잡힌 범위 내에서 현대차그룹의 비자금과 글로비스 비자금에 관련된 내용을 들여다 볼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서는 정몽구 회장 부자를 직접 겨냥할 수도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이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별도로 수사하기로 함에 따라 김 씨에게 금품을 전달하며 로비를 부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다른 기업들 수사는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비자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현대차그룹의 서울 양재동 연구개발센터 증축 비리 의혹과 관련한 서울시 및 건설교통부 관련 공무원의 소환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이 같은 수사 확대는 김 씨의 로비 의혹 수사를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현대차를 압박하기 위한 '강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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