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친절하고 믿음직한 친구… 캐릭터 마케팅 각광

  • 입력 2006년 3월 27일 0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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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외모로 주목받는 삼성카드 ‘포인트맨’, KT‘메가캣’, 싸이월드 ‘미니미’캐릭터(왼쪽부터).
친근한 외모로 주목받는 삼성카드 ‘포인트맨’, KT‘메가캣’, 싸이월드 ‘미니미’캐릭터(왼쪽부터).
캐릭터 마케팅이 각광받고 있다. 최근 스타급 연예인들을 제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사람이나 동물 캐릭터들이 여러 광고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 이들은 광고 내용이 달라질 때마다 ‘때와 장소’에 맞도록 얼굴이나 옷을 바꿔 입고 천인천색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광고뿐 아니다. 이 같은 캐릭터들은 의류 문구 등 팬시용품, 코미디 프로그램, 만화에도 등장해 소비자들과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누가, 왜 만들어서 일상으로 파고드는 것일까.

○어설픈가요? 유쾌한데요

최근 몸에 딱 달라붙는 파란색 ‘타이츠’를 신고 여러 매체의 광고에 등장하는 삼성카드의 광고캐릭터 ‘포인트맨’.

스파이더맨이나 펩시맨의 계보를 잇는 이 포인트맨은 오로지 ‘파란’ 복장뿐이다. 너무 단순하고 다소 민망해 보이기도 한다. 점으로 찍은 듯한 눈과 입도 요즘 세대가 선호하는 서구적 이목구비와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포인트맨은 다양한 체구와 나이의 남녀로 변신을 거듭하며 여러 편의 광고에 잇따라 등장한다. 만화 주인공이나 휴대전화 장식으로 변신해 일상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을 정도다.

KT의 인터넷서비스 메가패스의 광고 주인공은 사람의 형상을 한 ‘고양이’다. ‘메가캣’이라는 이름의 이 고양이는 커다란 눈과 세련된 옷차림을 갖추고 있으나 지나치게 말라 보이는 팔다리와 몸의 비율이 어색하다. 그런데도 탭댄스를 추며 사람과 소통하는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 ‘아버지는 말하셨지∼’라는 광고 음악과 함께 스타로 떠오른 현대카드의 ‘W베어’는 사람을 닮은 곰이다. 일도 잘하고 놀기도 잘한다는 소위 ‘선수(Player)’ 역할의 주인공이다. 그런 이미지에 비해 캐릭터의 외관은 머리가 몸통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커 우스꽝스럽다.

현대카드 브랜드기획팀 W베어 매니저 박재욱 과장은 “어색하지만 자꾸 눈앞에 떠오르도록 하는 것이 디자인의 핵심”이라며 “이 단순한 캐릭터는 재미있고 유쾌한 느낌으로 친근감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카드 홍보팀 임노원 팀장은 “일단 친근감을 형성하면 그것이 신뢰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약간 어설퍼 보이는 캐릭터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마음에 강아지나 요정처럼 곁에서 늘 도움(혜택)을 줄 것 같은 믿음이 생기는 심리를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함의 미학, 캐릭터는 메신저

캐릭터 마케팅으로 최근 성공을 거둔 SK커뮤니케이션즈의 개인 홈페이지 사이트 싸이월드의 마스코트 ‘미니미’는 팬시업계에선 고액의 로열티를 받는 ‘스타’다.

2.5등신(머리 대 몸통 비율이 1 대 2.5)의 이 캐릭터는 어린이용 아침 TV프로그램에 나오는 커다란 동물 탈을 쓴 인형처럼 우스꽝스럽게 생겼다. 게다가 모눈종이에 블록 단위로 색깔을 칠해 사람 모양을 그린 듯, 거친 느낌이 나는 ‘도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요즘, 한참 뒤떨어진 것 같은 ‘단순함’이 특징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 상품기획팀의 남궁찬 과장은 “이 캐릭터에는 회사의 경영 철학인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다른 프로그램에서 찾아볼 수 없는 ‘좌우향우’ 기능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능은 다른 캐릭터와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거나 등을 돌려 토라진 상황 설정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앞만 바라보는 캐릭터의 얼굴 표정 외에는 감정 표현의 방법이 거의 없던 캐릭터에 생기를 넣어 준 셈이다.

KT 메가패스 조훈 상품PR 부장은 “기업의 메시지와 문화를 전달하는 데는 캐릭터가 적격”이라며 “스타급 모델을 활용하면 상품보다 모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전달하고자 하는 기업의 메시지는 ‘뒷전’이 된다”고 말했다. 스타급 모델의 경우 특정 이미지가 기업이나 상품에 전이(轉移)되는 경우가 많은데 캐릭터는 친근감과 신뢰만 형성되면 어떤 메시지도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캐릭터 디자인이 단순할수록, 친근감이 갈수록, 변형이 자유로울수록 환영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삼성카드 포인트맨은 주방장, 퀵서비스맨, 미용사 등으로 변신해 카드의 다양한 혜택을 전달한다.

현대카드 W베어는 개구쟁이 같은 얼굴로 즐겁게 살아가는 인생을 함축해 표현했는데 실제 곰보다 다소 날렵한 몸매는 카드를 활용한 활동성을 반영해 디자인됐다. 현대카드는 최근 단순한 원 안에 꼬리를 붙인 ‘올챙이’ 캐릭터를 이용해 성장 실적 등 메시지를 집중력 있게 전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캐릭터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사업이자 브랜드 전파의 첨병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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