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바꿔달라는 요구에 제품 통째 새로 보냈죠”

  • 입력 2006년 2월 1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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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로도 뚫기 어려워 보이는 촘촘한 시장에도 빈틈은 있기 마련입니다. 삼성 ‘플레오맥스’처럼 신생 브랜드가 세계적 브랜드와 싸워 이기려면 이 같은 틈새전략을 잘 활용해야죠.”

삼성물산 네덜란드 로테르담 윤현숙(34·사진) 지점장은 국내 종합상사 제1호 여성 해외 주재원이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삼성물산이 최근 선보인 컴퓨터 저장장치와 PC주변기기 통합브랜드 플레오맥스의 유럽 총괄 책임자를 맡고 있다.

지난해 유럽의 지사장 자리에 35세 대리급 여직원으로 파견돼 뉴스를 만들었던 그가 이번에는 부임 1년 만에 놀라운 실적을 내면서 새로운 화제가 되고 있다.

“하드디스크나 마우스와 같은 PC 주변기기들은 현지 유통망을 어떻게 장악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에요.”

국제전화를 통해 윤 지점장의 밝지만 무게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소니, 이메이션 등 굴지의 글로벌 회사들은 아무래도 대형 브랜드이다 보니 유통업체들에 고자세인 경우가 많지요. 이익률도 일방적으로 정해주고 유통업체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것도 약점이고요.”

윤 씨는 이 같은 유통업체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였다. 유통업체들이 제품 포장을 바꿔줄 것을 요구하면 제품 구성을 아예 새로 짰다. 한 개를 요구하면 두 개 이상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한 것.

이러한 노력은 금세 효과를 냈다. 작년부터 플레오맥스가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간 유럽 유통업체들이 까르푸 후낙, 오샹 등 20개국에 50개를 넘어섰다.

2001년 600만 달러에 불과하던 유럽시장에서의 매출도 지난 1년 동안 2000만 달러로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2500만 달러를 목표로 세웠을 정도. 5년 만에 4배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한 셈이다.

윤 씨는 “해외영업은 특히 신뢰가 생명”이라면서 “외국은 여성이 접근하지 못하는 영역이 거의 없기 때문에 책임감만 투철하다면 해외 시장이야말로 자신의 소질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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