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더십경영]‘글로벌 항해’…리더십의 돛 펼치려면

  • 입력 2005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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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CEO)에게 리더십은 경영의 근간이다. 그 옛날 모피를 거래하던 시절부터 오늘날 창조혁명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 다양한 리더십이 있어 왔다. 토머스 잡슨의 “직원이 명성을 결정한다”는 명제에서부터 샘 월턴의 “꿈을 심어 줘라”, 마이클 델의 “고객이 왕이다”, 잭 웰치의 “학습만이 살 길이다”, 앤디 글로브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라” 그리고 빌 게이츠의 “기술의 표준을 장악하라”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오늘날 리더가 직면하는 두 가지 측면은 비즈니스가 여러 나라와 국경을 가로지르며 일어나는 글로벌 경영 무대라는 점과 기업경영이 과학기술, 법, 정치, 사회문화 등의 다양한 요소와 복잡다단하게 얽히면서 종합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따라서 다양한 비즈니스 시스템과 이질적인 문화를 하나로 종합해서 상황을 꿰뚫어보는 글로벌 리더십이 경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리더십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막스 베버는 리더십을 열정, 책임감, 통찰력의 3가지로 제시했다. 피터 드러커는 위기 시의 리더십과 위기 시에 조직 구성원의 사기를 결집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강조했다. 리더십 IQ를 쓴 머피는 리더를 선별하는 능력, 연결하는 능력, 문제 해결 능력, 평가하는 능력, 협상하는 능력, 치유하는 능력, 보호하는 능력, 시너지를 만들 줄 아는 능력으로 나열했다.

글로벌 맥락에서 경영리더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윤리. 철저한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을 가진 기업가가 글로벌 리더다. 오늘날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글로벌 시장을 차지한 회사라도 이 부분에서 뜻밖의 사고를 당하여 기업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 중에서 존슨앤존슨은 오래전부터 소비자에 대한 의무, 종업원에 대한 의무,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 주주에 대한 책임을 명시한 기업 신조를 갖추고 세부 지침으로 세밀한 윤리경영 매뉴얼을 실천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항시 투명회계와 보고를 명시한 사베인스-옥슬리법을 준수하도록 CEO가 수시로 직접 독려할 뿐만 아니라 기업활동에 윤리경영이 정착되도록 시스템과 문화를 적극 전파하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 경영리더는 단순히 미시적인 윤리의식의 실천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분담을 하여 전 세계 소비자와 국민의 신뢰를 심는다. 바디샵은 소비재(화장품) 회사이면서도 순수 자연주의, 동물실험 반대, 인권 존중, 제3세계와 지구보존 공동협력 등의 사회적 가치를 내걸고 실천하며 바디샵의 물건을 사는 것 자체가 공공이익을 실천하는 것과 같다는 사회 공익기업으로 확고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하였다. 국내에서는 유한킴벌리 역시 윤리경영과 사회책임 기업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둘째, 팀워크. 팀워크는 평상시에는 아이디어와 창조를 만드는 문화이지만, 위기 시에는 위기의 폭풍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어느 기업이나 조직에서든 위기는 언젠가는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복잡하게 얽혀서 돌아가는 글로벌 무대에는 위기의 요소가 훨씬 커졌다. 한 조직의 리더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조직의 높은 사기와 에너지를 고양시켜 언제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감성을 격려하는 리더십이 절실한 시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기업인이라면 동정심이나 관용, 이상주의 등 ‘가슴’은 던져버리고 효과, 실적, 목표지상주의, 혁신 등 ‘머리’만 갖추고 매진하는 것이 정설이었다. 물론 이것은 지금도 중요하다. 하지만 하이테크 못지않게 사람을 강조하고 하이 터치를 소중히 여기고 구성원에게 기회를 주는 리더(facilitator), 필요한 힘을 불어넣어 주는 리더(empoweror)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기업조직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행복한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CEO는 “두 개의 귀, 한 개의 입”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셋째, 오늘날 기술 선도력(Tech-nology Pioneer)은 글로벌 경영 리더십의 핵심 영역 중 하나이다. 얼마 전 삼성전자의 황창규 사장은 조그만 메모리 칩 하나로 신문 200년치 분량을 담을 수 있는 16기가 낸드 플래시 개발을 발표했다. 애플이 ‘아이팟 나노’에 삼성의 낸드 플래시를 장착했듯이 “세계적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이제 플래시 메모리를 얻기 위해 삼성전자로 몰려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MP3에서 노트북까지 모든 전자 기기의 저장 장치가 플래시 메모리로 대체되는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선도한 삼성전자는 차세대 모바일 디지털 시장을 주도해 인텔을 누르고 세계 최고의 반도체 업체로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은 단순히 기술혁신과 선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글로벌 리더가 된 데에는 세계적 표준화를 통하여 세계적 가치를 얻었기 때문이다. 즉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글로벌 경영 리더십이다.

넷째,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눈과 능력, 그리고 숨은 인재를 찾아내는 노력이다. 우리는 이를 창조적 사고를 만드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방법을 통하여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고대 로마 신화에 나오는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Fortuna)는 머리카락이 앞에만 있고 뒷머리가 없는 대머리이다. 이는 행운의 여신이 다가오는 즉시 기회를 놓치지 말고 앞머리를 붙잡아야지 뒤늦게 잡으려 하면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근대 과학의 아버지 마키아벨리는 지도자에게 이런 행운은 덕(德) 혹은 실력을 뜻하는 비르투(virtu)라고 불렀고, 비르투를 쌓아야 포르투나가 보인다고 말했다. 즉 “행운은 능력에 부응한다”는 것이다.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능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마키아벨리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위의 두 가지 요소 외에 네체시타(necessita·시대정신)를 읽고 거기에 부합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오늘날 글로벌 리더가 처한 상황은 단순히 한 국가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경영이 아니다.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여야 하므로 조직이 처한 국제적 환경, 그 나라의 법과 관습, 소비자의 기호, 현지화 및 적합한 인력 발굴과 인재 양성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매우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그러므로 이를 기민하게 이해하고 대처하는 능력(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글로벌 리더에게는 4T 즉 윤리경영(eThics), 기술선도(Technology), 구성원의 에너지를 극대화하여 창조를 낳고 위기에 대처하는 문화를 만드는 리더십(Teamwork, sTorytelling)이 절실하다.

여현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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