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씨등 4남매 대상 ‘에버랜드 CB’ 계좌추적

  • 입력 2005년 10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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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 사건을 다시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정동민·鄭東敏)가 최근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 재용(在鎔·삼성전자 상무) 씨 등 4남매에 대한 계좌 추적에 착수한 것으로 13일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재용 씨 등이 에버랜드 CB를 인수할 때 사용한 자금의 출처에 대한 보강 조사에 나선 것”이라며 “수사 단서 확보 차원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계좌 추적은 자금의 출처 조사와 함께 경영권 세습을 위한 그룹 차원의 ‘사전 공모’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에 앞선 조치로 보인다.

검찰은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재용 씨 남매의 CB 인수 자금이 이 회장이 증여한 돈이라는 것을 밝혀냈고 1심 재판부도 이러한 사실 관계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항소심과 다른 피고발인들에 대한 수사를 앞두고 이러한 증여가 ‘편법 CB 배정’을 위한 조직적인 공모의 결과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재용 씨 남매가 에버랜드로부터 CB를 배정 받은 뒤 주식 125만4700여 주(에버랜드 주식의 64%)로 전환한 1996년 말 당시 재용 씨 남매의 은행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1996년 당시 28세의 나이로 미국 유학 중이던 재용 씨나 10, 20대였던 동생 3명이 CB 인수 및 주금 납입 과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재용 씨 등의 명의로 금융거래가 이뤄졌던 은행에서 압수한 입출금 전표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전표에 서명한 실제 돈 거래자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입출금에 관여한 실무자들을 소환해 그룹 비서실 등 상부의 지시 여부와 당시 결재 라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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