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윤리 비용’은 기업을 위한 투자다

  • 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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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기업들은 윤리경영 실천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과거에 기업은 주로 수익성 창출, 주주 이익 극대화 등 경제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그 성과를 평가하였으나 이제는 사회와 환경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기업의 지속성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기업환경의 변화에 기인한다. 앞으로 기업은 경제, 사회, 환경이라는 세 가지 주요 축을 중심으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때만 견실한 성장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윤리경영은 신뢰구축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과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윤리경영은 협의적 개념으로 정의할 때 ‘기업 구성원의 윤리적 의사결정 또는 기업행동에 대한 규범적 판단과 도덕적 가치기준’이다. 간혹,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그 개념이 혼용되기도 하는데, CSR는 구체적으로 기업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것으로 소비자 권익보호, 고용 및 노동 관행, 사회 공헌, 친환경 경영활동 등 기업이 사회에 영향을 주고받는 모든 분야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요사이는 윤리경영이든 CSR든 개념발생 초기와 달리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상호보완적 성격을 띠며 매우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르게 되었다. 윤리경영은 이제 협의적 개념에서 벗어나 기업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윤리경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최근에는 CSR와 지속가능성의 개념이 윤리경영에 도입됨에 따라 그 범주가 더욱 확장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윤리경영은 경제, 사회, 환경 차원에서 균형적으로 접근된 광의의 개념으로서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필수과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물론 윤리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예컨대,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한 외부감사 비용, 윤리경영 시스템 구축비용 등 상당한 물적인적 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허나 이러한 비용은 투자로 간주되어야 한다. 윤리경영을 성실히 수행하는 기업은 긍정적 이미지 구축에 따라 판매와 수익 증가, 기업가치 상승은 물론 경쟁력 향상도 도모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시장의 신뢰에 의해 기업의 존립기반이 크게 좌우되는 현 시점에서 윤리경영은 신뢰 형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장기적 투자의 관점으로 다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국내에도 확산됨에 따라 윤리경영 투자확대에 공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 산업자원부가 산업정책연구원에 의뢰하여 실시한 주요기업의 윤리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윤리강령 또는 행동준칙을 보유한 기업은 88.3%에 달해 높은 수준을 보여 주었다. 동 조사의 2003, 2004년 결과를 비교해보면 최고경영자(CEO)가 사내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연 3회 이상 윤리경영을 강조한 기업은 72.6%에서 83.1%, 윤리헌장을 제정한 기업은 79.5%에서 81.2%로 증가해 윤리경영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투자가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 기업의 윤리경영의 방향은 ‘살아있는’ 윤리경영의 실천에 보다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 예컨대, 윤리강령 및 행동준칙 제정 비율은 높았으나 이를 정기적으로 수정하는 기업은 12.5%에 불과했다. 강령이나 준칙의 수정 여부는 윤리경영이 단순히 사내 구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지침으로서 활용되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이다. 윤리경영을 도입했더라도 꾸준한 제도정비와 의견수렴, 효율성 제고 등 지속적 노력 없이는 윤리경영의 외침이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진정 올바른 의미에서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기업은 내부적으로 정기적 의견수렴과 평가를 통해 효율적인 윤리경영 실천 프로세스를 정비해야 한다. 둘째, 기업정보를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하는 동시에 사회의 기대와 요구를 기업활동에 반영하는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셋째, 전사적 차원에서 CEO의 노력은 물론 윤리경영성과 평가를 위한 모니터링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경제, 사회, 환경적 성과에 대한 지속가능성 보고와 평가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지속가능성 보고는 기업의 경제 사회 환경적 성과 공개 및 평가를 가능케 하여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및 건설적 관계 구축을 도모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최근에는 국내에도 그 중요성이 빠르게 부각되고 있어 우수사례 공유와 전략모색을 위한 네크워크 형성 등 국내외 동향에 신속히 대응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 가운데 하나인 ‘윤경포럼’은 지식 교류와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다자간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윤리경영의 공식적 보고와 평가를 위한 표준적 가이드라인 제정 및 보급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결실로서 한국 기업의 지속가능 보고서 발간 확산을 위한 ‘BEST 지속가능성 보고 가이드라인(BSR·BEST Sustainability Reporting Guideline)’을 개발해 회원기업을 중심으로 실행 중이다.

업은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생명을 이어갈 수 없다. 오늘날 기업은 더욱 사회의 요구에 맞추어 긴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윤리적 기업문화 정착을 향한 기업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며 이와 더불어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시민사회와의 공조 등 사회전반의 다자간 노력 역시 활발해진다면 기업의 윤리경영 정착 속도는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시민사회에서 이에 대한 지지기반은 마련해 줄 수 있다 하더라도 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바로 기업의 몫임에는 틀림없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윤리경영 실천을 통해 사회의 신뢰와 존경을 받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한국 기업의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

신철호

● 신철호 약력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

-산업정책연구원 부이사장

-윤경포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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