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5년 9월 5일 03시 0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국민은행이 비정규직 행원을 대상으로 4일 전국 6곳에서 실시한 정규직 전환 채용시험에 무려 3687명이 지원했다.
최종 합격 예정자는 80명. 경쟁률은 46.1 대 1이다.
재직 기간 2년 이상인 비정규직 행원은 나이와 학력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다. 고용 불안과 낮은 연봉으로 고민하던 비정규직 행원들이 대거 지원했다.
![]() |
○ ‘전환고시’를 아시나요?
이날 필기시험은 정규직으로 가는 1차 관문. 은행 업무의 기본인 수신(受信)은 필수 과목이고 대출과 외환 가운데 한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최종 합격자의 2배수인 160등 안에 들면 2차 시험이 기다린다. 인성 검사와 적성 검사, 면접을 치러야 한다.
2차 시험 성적에 인사 고과, 포상 실적, 카드나 보험 등 상품 판매 실적 등을 합산해 최종 합격자가 선발된다.
국민은행 인사팀 관계자는 “이런 과정을 거쳐 선발된 80명은 기존의 정규직 행원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연봉, 업무, 신분에서 큰 차이가 난다.
고교 졸업 후 7년째 비정규직으로 근무 중인 권모(27) 씨는 “정규직보다 일을 더 잘할 자신이 있는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창구 업무나 서무밖에 하지 못해 한계를 느껴 왔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3년째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박모(28) 씨는 “똑같이 대학을 졸업했는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연봉이 2배 가까이 차이가 나서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복잡한 절차와 치열한 경쟁, 합격으로 인한 신분 변화 때문에 행원들은 이 시험을 ‘전환 고시’라고 부른다.
![]() |
○ 정규직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이번 정규직 채용 시험은 지난해 7월 은행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체결한 공동단체협약에 따른 것이다.
협약에는 은행별로 일정 인원의 비정규직 행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제도를 일정 기간 시행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다른 은행들도 근무 평점을 보거나 지점장 추천 직원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 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응시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대규모로 전환 시험을 치른 것은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국민은행의 비정규직 행원들은 올해를 정규직이 되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경영 사정이 나빠지면 전환 시험이 없어질 수도 있고 올해처럼 대규모로 뽑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5년째 비정규직 신분인 하모(25) 씨는 “이번 시험을 ‘정규직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로 생각하는 행원이 많다”고 전했다.
○ 휴가 연기, 특강, 스터디그룹…
시험을 준비하는 직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고교 졸업 후 4년째 비정규직으로 근무 중인 김모(23) 씨는 6월부터 같은 고교를 나온 친구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주말에 함께 시험 준비를 했다. 김 씨는 “그동안 그만둘까 수없이 생각했지만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버텨 왔다”고 말했다.
일부 응시자들은 필기시험 준비를 마무리하기 위해 여름휴가를 시험 직전으로 미루기도 했다.
일부 지점에서는 차장급 간부가 비정규직 행원들을 대상으로 퇴근 후 특강을 하는 모습도 드물지 않았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