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한푼도 없다더니… 美에 저택… 佛엔 포도밭

  • 입력 2005년 9월 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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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이 해외비밀금융조직 BFC 자금 중 1억1554만 달러(약 1141억 원)를 횡령한 혐의가 검찰 수사에서 새로 드러났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2일 오후 김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하고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1983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BFC 자금으로 △재미교포 무기중개상 조풍언(曺豊彦) 씨 소유의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 KMC에 4430만 달러를 전달하고 △조세회피 지역인 케이맨 군도의 페이퍼 컴퍼니 퍼시픽인터내셔널에 대한 투자와 관리 명목으로 4771만 달러를 지출했다.

또 김 전 회장은 미술품 구입에 628만 달러를 쓰는 등 모두 1억1554만 달러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김 전 회장이 퍼시픽인터내셔널을 통해 부인 정희자(鄭禧子) 씨가 2003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던 ㈜필코리아(옛 대우개발)의 지분 90.42%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 김 전 회장이 필코리아에 불법적으로 383억 원을 지원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정 씨가 9.58%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필코리아는 경기 포천시 아도니스골프장, 경주 힐튼호텔, 서울의 아트선재센터와 경주의 아트선재미술관을 소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은 “퍼시픽인터내셔널은 김 전 회장에게 자금을 맡긴 해외 인사의 소유”라며 “김 전 회장의 위장 지분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또 출국 후인 2000년 1월 BFC 자금으로 구입한 전용비행기를 1450만 달러에 처분하고 가족 주택 구입 및 해외 체류비로 273만 달러를 쓰는 등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아직 갖고 있는 미국 보스턴의 주택 1채, 프랑스 포도밭 59만5922평, ㈜대우 홍콩법인의 페이퍼 컴퍼니에 보관 중인 400만 달러 등과 함께 ㈜필코리아 지분 90.42%에 대해 대우 채권단에 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했다.

검찰은 또 김 전 회장이 대우자동차판매㈜를 통해 송영길(宋永吉) 열린우리당 의원, 이재명(李在明) 전 민주당 의원, 최기선(崔箕善) 전 인천시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로 제공한 7억 원에 대해서도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한편 검찰은 1999년 10월 출국하기 직전 당시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이근영(李瑾榮) 산업은행 총재에게서 일부 계열사 경영권을 보장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실체가 없다고 보고 당사자들을 기소하지 않았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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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풍언에 526억 갔다… 쓴곳은 모른다”▼

검찰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횡령 혐의를 추가로 밝혀내면서 2일 수사를 마무리했지만 재미교포 무기중개상 조풍언 씨를 통한 로비 시도 등 핵심 의혹은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의외의 진술을 할 가능성도 있어 대우그룹 해체를 둘러싼 ‘진실게임’은 더 이어질 수도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1999년 6월 대우그룹의 해외 비밀금융조직인 BFC를 통해 4430만 달러(약 526억 원)를 재미교포 사업가이자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측근인 조 씨에게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 끝내 밝혀 내지 못했으며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이 횡령한 것으로 보고 추가 기소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은 8월 중순 자신의 측근들에게 “대우그룹 구명을 위해 조 씨를 시켜 DJ 측에 로비하라고 100억 원 이상을 줬다”며 “그 후 조 씨에게서 일(로비)이 잘 안 됐다는 얘기를 듣고 1999년 10월 해외로 출국했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본보 8월 25일자에 보도됐으며 김 전 회장은 본보 보도가 나간 뒤에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본보 8월 25일자 A1면 참조

김 전 회장의 측근들은 “김 전 회장과 조 씨 사이에 미스터리가 있는 것 같다”며 “로비자금으로 줬다는 100억 원 이외의 나머지 돈에 대해서도 조 씨와 아직도 어떤 거래관계가 있어 그와의 관계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돈의 용처를 밝히지 않는다면 횡령 혐의를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어서 앞으로 재판에서 돈의 행방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이 밖에도 김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이 이에 대해 여전히 함구하고 있는 데다 이를 입증할 다른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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