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현장]항소심 하루앞둔 ‘새만금’은 지금…

  • 입력 2005년 6월 30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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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사업비 2조514억 원의 83%가 투입된 새만금 간척사업이 환경단체와 정부 간 소송으로 표류하고 있다.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할 법원의 심리를 앞두고 내린 비로 사업지 일부가 유실되거나 침수되는 피해를 보았다. 공사 현장 관계자가 비바람과 거센 파도로 무너져 내린 방조제 아래쪽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 제공 농업기반공사
총사업비 2조514억 원의 83%가 투입된 새만금 간척사업이 환경단체와 정부 간 소송으로 표류하고 있다.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할 법원의 심리를 앞두고 내린 비로 사업지 일부가 유실되거나 침수되는 피해를 보았다. 공사 현장 관계자가 비바람과 거센 파도로 무너져 내린 방조제 아래쪽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 제공 농업기반공사

29일 새벽.

전북 군산시 새만금 간척사업지와 이어진 ‘야미도’에서 낚싯배 영업을 하는 김정용(金正龍·51) 씨가 일기예보에 귀 기울였다.

“비가 또 내린다네. 새만금 주변 바다에서 낚시하려고 15명이나 온다고 했는데….”

장마 때문에 김 씨는 요즘 아침마다 배를 띄울까 말까 고민이다.

새만금 사업장 3공구를 책임진 김문기(金文基·44) 소장의 장마 걱정은 더 심하다. 비바람이 불면 공사가 끝나지 않은 방조제 하단부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

이들 ‘새만금 터줏대감’들이 장마만큼 신경 쓰는 것은 7월 1일 열리는 서울고등법원의 새만금 관련 항소심. 심리 결과에 따라 사업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

물막이 공사가 끝나지 않은 2, 3호 방조제 사이 1.1km 구간으로 바닷물이 초속 5m 안팎의 빠른 속도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 제공 농업기반공사

○ 3t 무게 돌망태 쓸려갈 수도

서울고법 심리를 일주일 앞둔 24일에도 비 소식이 있었다.

오후 2시 김 소장은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배를 탔다. 점검 포인트는 물막이 공사가 끝나지 않은 2, 3호 방조제 사이 1.1km와 1, 2호 방조제 사이 1.6km 구간.

배에 오른 지 10분 여. 배가 크게 흔들렸다. 1.1km 구간에서 바닷물이 초속 5m의 빠른 속도로 흘렀기 때문. 바다 밑 바닥에 쌓아둔 3t 무게 돌망태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바지선으로 바닥 보강공사를 할 때 돌망태가 10개씩 잘 묶여 있는지 꼭 확인하세요.”

현장 담당자와 통화하던 김 소장이 높은 파도 탓에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다.

다른 물막이 공사 현장은 구간 폭이 1.6km로 조금 넓어서 물살도 초속 4m 정도로 약한 편. 그래도 태풍이 불면 돌망태가 유실될 수 있다.

마감공사가 끝나지 않은 3호 방조제 아래쪽은 이미 손상됐다. 파도가 세게 치면서 모래 성분이 많은 사석(沙石)으로 된 방조제 벽면에 너비 30cm 안팎의 홈이 파였다.

신시배수갑문 공사장 인부들은 최근 한 차례 물난리를 치렀다. 지형이 움푹 팬 탓에 한두 번 내린 비로 현장이 대형 물웅덩이로 변한 것. 물을 빼기 위해 호스 지름이 8인치나 되는 양수기 8대가 동원됐다.

14년째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박내윤(朴來允·45) 씨는 “장마 때면 일거리가 평소보다 배로 많다”고 말했다.

○ 내일 항소심

7월 1일 서울 고등법원은 새만금 사업을 취소 또는 변경하라는 행정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심 첫 심리를 한다.

항소심의 주요 쟁점은 수질문제와 토지 전용(轉用) 여부.

1심 판결에 항소한 정부는 1996년 10.7ppm에 이르던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2003년 3.7ppm으로 줄어드는 등 수질이 많이 좋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는 해수 유통을 완전 차단하면 오염이 심해질 것으로 본다.

환경단체들은 또 새만금 간척지의 용도가 분명치 않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부는 우량농지 조성이라는 사업목적이 그대로라고 맞선다.

○ “지연 손실 누가 책임지나”

새만금 사업현장 인근 섬 주민과 전북도민들은 “공사 지연에 따른 피해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간척지가 계속 농지로만 사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지 않아 환경단체에 소송 빌미를 제공했고, 환경단체는 사업 지연이나 백지화에 따른 손실을 외면한다는 것.

전북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에 사는 최봉섭(崔奉燮·66) 씨도 이런 지적에 공감한다. 그는 1995년 이래 새만금 사업지를 10번이나 방문했다. 처음엔 구경할 목적으로 1호 방조제만 봤지만 요즘엔 꼭 4호 방조제까지 찾는다.

“예전엔 새만금이 나랑 상관없다고 생각했지. 지금은 왠지 내 돈 들인 사업 같아.”

새만금 사업비(2조514억 원)의 재원은 농지를 다른 용도로 바꿀 때 땅주인이 정부에 내는 부담금을 적립한 농지관리기금이다.

새만금 간척사업 일지
1991년 11월새만금간척사업 착공
1996년 7월새만금호 수질오염 논쟁 시작
1998년 2월환경단체, 사업 백지화 요구
1999년 5월환경영향 민관 공동조사단 발족, 공사 중단
2001년 5월정부, 사업 계속 결정
2001년 8월환경단체, 공유수면 매립면허·사업시행인가 처분 취소소송(본안소송)
2003년 6월환경단체, 공사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2003년 7월서울행정법원, 새만금사업 잠정 중단 결정
2004년 1월서울고등법원, 새만금사업 공사 재개 결정
2005년 1월서울행정법원, 새만금 소송 조정권고안 발표
2005년 2월서울행정법원, 새만금 본안소송 1심 원고(환경단체) 승소 판결
2005년 7월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시작

군산·부안=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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