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만에 다시 1000 뚫은 주가…‘실탄’ 풍부한 펀드의 힘!

  • 입력 2005년 6월 16일 0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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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달라’라는 말처럼 달콤하고 위험한 유혹은 없다. 하지만 증시에서 ‘이번이 과거와 다른 경우’는 극히 드물게 일어난다.”

미국의 전설적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 씨의 말이다.

실제 한국 증시에서도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을 때마다 ‘더 큰 대세상승’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이번에는 다르다”를 외치곤 했다. 하지만 번번이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추락했다.

그런데 최근 증시에서 또다시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3월 15일 종합주가지수가 1,000 아래로 떨어진 지 꼭 3개월 만에 지수가 다시 네 자릿수를 회복하며 강인한 체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적립식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문화의 확산과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도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번에는 정말로 과거와 다른 것일까.

○ 돈이 증시로 몰려든다

사실 최근 증시의 강세는 다소 의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분기(1∼3월) 기업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았고 2분기(4∼6월)에도 구체적인 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

하지만 증시로 몰려드는 충분한 자금이 나쁜 실적을 딛고 시장을 떠받치는 형국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적립식 펀드에 몰려든 돈은 7조 원에 육박한다. 계좌 수만 해도 240만 개가 넘는다.

자금의 ‘질’도 괜찮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본적으로 적립식 펀드는 장기투자 자금이기 때문.

최근 지수가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개인투자자들은 무려 29일째 순매도(매도 금액이 매수 금액보다 많다는 뜻)를 보이고 있다.

증시의 주인공이 단기투자를 위주로 하는 개인투자자에서 적립식 펀드를 바탕으로 장기투자에 나선 기관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징후이기도 하다.

선물과 옵션 만기일이었던 9일 2000억 원 가까이 쏟아진 만기일 관련 매물을 국민연금이 거뜬히 받아내며 지수 하락을 막은 것도 ‘기관의 역할’이 커진 점을 보여준 사례.

따라서 “지수가 2,000까지 간다”는 식의 낙관적 전망은 어렵지만 그동안 선진국 증시의 절반 수준이었던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가 차분히 진행될 가능성은 높다.

현대증권 오성진 포트폴리오팀장은 “2001년 이후 기업들의 구조조정 성과가 반영되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며 “재평가 요인만 작용해도 앞으로 5년 동안 한국 증시는 50% 이상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 단기 전망은 불투명

하지만 증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강세장이 이어질지에 대해 신중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증시의 근본인 기업 실적이 ‘바닥’이라는 공감대가 아직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

게다가 한동안 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국제유가도 최근 다시 오름세여서 지수 네 자릿수 시대의 본격 개막을 선언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일단 증시 추세가 상승흐름인 것은 맞지만 강세장이었던 2, 3월과 비교해볼 때 여건이 좋지 않다”라며 “지수 1,000 선 안착을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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