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 앞두고 대기업 법무팀 막강 파워

  • 입력 2005년 5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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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SK 등 주요 그룹은 최근 신입사원과 승진대상자 교육 과정에 ‘준법 교육’ 프로그램을 포함시켰다.

기업 활동에서 벌어질 수 있는 법률 문제를 사전에 검토, 학습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교육의 주체는 그룹이나 계열사의 법무팀이다.

국내 대기업의 법무팀이 달라지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법무팀의 역할은 과거의 ‘사고 수습형’에서 ‘사전 예방형’으로 바뀌고 있다. 위상도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증권집단소송법이 2007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데다 제조물책임법 등 신경 써야 할 법률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점도 법무팀 강화 요인으로 꼽힌다.


○ 삼성, ‘변호사 300명을 확보하라’

‘한국의 간판기업’ 삼성은 법무팀도 막강하다. 그룹 구조조정본부에만 10여 명의 변호사가 있고 삼성전자 소속 변호사도 20명이 넘는다.

삼성은 지난해 7월 구조본 법무팀을 법무실로 확대하고 상임 법률고문 겸 법무실장에 이종왕(李鍾旺) 전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을 사장급으로 영입했다. 재계 최초의 법무담당 사장이다.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검사 출신인 유승엽(柳承燁) 이명규(李明奎) 변호사는 각각 구조본 법무실 상무와 삼성중공업 법무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에서 일하는 변호사는 110명. 이 가운데 40%는 미국 변호사 출신이다. 그만큼 국제적인 법률 분쟁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이건희(李健熙) 회장은 “훌륭한 분이 있으면 판사나 검사뿐 아니라 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까지 스카우트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측은 장기적으로 변호사 인력을 300명 선까지 늘릴 방침이다. 매년 공채로 변호사들을 뽑는 데다 ‘유능하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 온다’는 입장이다.

○ 지주회사 출범 성공시킨 LG 법무팀

지주회사인 ㈜LG 법무팀은 판사 출신의 김상헌(金相憲) 부사장이 팀장을 맡고 검사 출신 이종상(李鍾常) 상무 등 9명의 법조인이 있다. 그룹 전체로는 총 28명의 변호사가 포진해 있다. 비(非)변호사까지 합치면 법무팀 인력은 100명 선.

㈜LG 법무팀은 LG그룹의 지주회사 출범 과정에서 복잡한 법률 문제를 성공적으로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선 생소한 법률 문제인 회사분할과 현물출자 공개매수 합병 등의 문제를 잘 처리해 이후 농심 등 다른 기업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중국 엘리베이터 부품 제조업체인 ‘북경시람광전제공사’가 2001년 LG를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소송에서 LG의 승리를 이끌어 내는 등 브랜드 상표 분쟁에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

○ SK, 경영권 방어 위해 법무팀 강화

SK그룹은 최근 법무팀을 부쩍 키우는 기업이다. 소버린자산운용과의 분쟁으로 경영권에 위협을 받은 것이 직접적 계기였다.

SK㈜는 지난해 6월 사장 직속으로 윤리경영실을 신설하고 대검찰청 중수3과장을 지낸 김준호(金俊鎬) 씨를 부사장급 실장으로 영입했다. 김 부사장은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의 출신교인 신일고와 고려대 3년 선배이기도 하다.

윤리경영실 산하 법률지원그룹에는 대통령비서실 법무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강선희(姜善姬) 상무와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를 지낸 김윤욱(金潤郁) 상무 등이 있다. 또 SK텔레콤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남영찬(南英燦) 씨를 3월 법무실장으로 영입했고 SK건설은 양정일(梁晶一) 상무를 스카우트했다.

법무팀은 1담당과 2담당으로 나뉘는데 일반적인 비즈니스를 법률 차원에서 지원하는 파트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경영권과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파트로 구분돼 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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