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7년 5개월 만의 환율 1000원 붕괴

  • 입력 2005년 4월 25일 21시 56분


중국이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할 움직임을 보이자 원-달러 환율이 7년 5개월 만에 달러당 900원대로 떨어졌다.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한국에 튀기 시작한 것이다. 고유가와 북핵 문제에다 환율 하락까지 겹쳐 경기회복 심리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정부는 걸핏하면 ‘10대 경제대국’을 들먹이지만 대외변수에 극히 취약한 것이 우리 경제다.

세 자릿수 환율은 연초부터 예상돼 왔다. 미국의 2월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인 610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4개국의 수출 초과는 미국 무역적자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으면 중국의 모든 제품에 보복관세를 물리겠다는 경고까지 했다. 결국 중국은 “압력이 거세지면 환율제도의 개혁 속도를 높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나서기도 전에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25일 달러당 998.90원에 마감됐다. 1997년 11월 14일 986.3원 이후 최저치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원화가치가 오르면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출에 의존해온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이 본격적으로 위안화 절상에 나서면 한국은 이중 삼중의 충격을 받게 된다. 위안화 절상에 따른 원화의 추가 절상도 예상된다. 대외변수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데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할 때다. 우리 경제력으로 환율을 조정하기는 불가능한 만큼 환율은 가급적 시장에 맡기되 제품의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정부는 규제완화 등으로 기업의 비가격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고 한미동맹을 축으로 한 안보환경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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