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K의 ‘代價 큰’ 경영권 방어

  • 입력 2005년 3월 11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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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국계 소버린 자산운용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는 데 성공했지만 그냥 한시름 놓을 일만은 아니다. SK㈜뿐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일류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비용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혼자서 잘되는 것은 못 본다’는 정부의 대기업 규제정책이 이를 부채질했다.

SK㈜ 주총에서 소버린 지분 14.96%를 제외한 외국인 지분 40% 가운데 상당수가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손을 들어줬지만 회사 측은 주식에 대한 배당금을 지난해 960억 원에서 올해 2325억 원으로 늘려야 했다. 지난해 상장기업의 배당총액은 10조 원이고 이 가운데 5조 원이 외국인 주주에게 돌아갔다. 외국인 주주의 배당 요구가 과도해도 거절했다간 경영권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기자본의 공세가 시작되면 기존 대주주는 정상적 투자를 중단하고 자금과 인력을 경영권 방어에 쏟지 않을 수 없다. 자사주 매입이 급증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결국 대기업의 투자여력 소진으로 나타난다.

미국 일본 유럽은 외국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보호막을 마련해 놓고 있다.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M&A는 경영 효율의 향상보다는 투기자본의 이익에 기여해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적대적 M&A시장을 열면서 사실상 아무런 보호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외국 자본은 거대한 자금력과 주식양도차익 과세대상 제외, 비밀 유지 등 강력한 공격무기를 갖고 한국 기업을 공략했다. 반면에 국내 기업의 기존 대주주는 출자총액제한, 부채비율 규제, 의결권 제한, 과도한 공시의무 등에 묶여 불리한 역차별을 견뎌내야 했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갈 수는 없다. 대기업들의 경영권 보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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