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1층 임대…‘BANK’ 가시고 ‘FOOD’ 오세요

  • 입력 2005년 2월 27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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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A건물 주인은 지난해 1층에 입주해 있던 B은행 점포가 임대계약이 끝났는데도 버티자 은행을 상대로 ‘나가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 건물주는 은행 점포 자리에 외식업체인 피자헛을 유치할 계획이었다. 피자헛은 최근 수년 동안 시흥점(서울 금천구 시흥동), 올림픽대교점, 마포역점 등 과거 은행 지점이 있던 빌딩 1층 자리에 은행을 밀어내고 새 점포를 냈다. 빌딩의 ‘얼굴’이 종전의 은행에서 외식업체로 바뀌고 있다. 주요 상권(商圈)에서 ‘금융회사 지점=빌딩 1층’의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

▽‘은행 밀리고 외식업체 뜬다’=서울 구로구 구로동 C건물주도 최근 건물의 1층 세입자를 은행에서 피자헛으로 바꿨다.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건물주의 요구에 은행이 난색을 표시하자 주저하지 않고 빌딩의 ‘간판 얼굴’을 바꾼 것.

이 건물주는 “은행이 나가고 외식업체가 들어오자 같은 건물에서 장사하고 있는 다른 세입자들이 더 반긴다”며 “빌딩 이름도 사실상 ‘피자헛 빌딩’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커피빈코리아도 서울 명동점, 명동타워점, 광화문점 등 금융회사가 들어 있던 건물 1층에 200평 안팎의 초대형 점포를 냈다.

테이크아웃 커피문화 바람을 일으킨 스타벅스는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로비 등 아예 은행의 ‘심장부’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

▽건물주가 은행 입점을 꺼리는 이유=얼마 전까지 은행점포가 입주한 빌딩은 같은 상권에서도 최고의 가치를 지닌 건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우선 주5일 근무제 시행과 인터넷 뱅킹의 활성화로 은행을 찾는 고객이 많이 감소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은행은 오후 4시반 이후에는 문을 닫아 유동인구 흡인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저녁시간대에 건물 1층의 ‘불이 꺼져’ 다른 세입자들의 영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게 건물주들의 주장이다.

또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서 건물주들은 점차 월세를 선호했으나 은행들은 전세를 고집해 재계약률이 떨어지는 추세다.

은행들도 구조조정 차원에서 점포를 줄이거나, 새로 점포를 내더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1층 자동화기기 코너, 2층 점포’ 형태로 꾸며지고 있다.

▽외식업체의 후광효과=회사원 김혜미 씨(27·여)는 “일단 명동에 오면 스타벅스에서 친구를 만나 주변 상가에서 쇼핑을 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만남과 쇼핑’의 출발점이 된 것.

실제로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는 서울 중구 충무로1가 명동빌딩은 1990년 이후 국내 최고 금싸라기 땅이었던 서울 중구 명동 2가 우리은행 명동지점 터를 제치고 국내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이 됐다.

외식업체가 들어가 침체된 상권을 살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가 최근 서울 남영점, 천안 신부점 등 재래식 영화관 터에 새 점포를 낸 뒤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주변 점포의 매출도 덩달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과거 명동 상권은 우리은행 명동지점 앞 ‘명동길’을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이제는 스타벅스 등이 입점해 있는 ‘중앙로’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린다”며 “집객효과 면에서 외식업체가 은행보다 더 낫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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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 기자 kwoon90@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1평 1억3884만원…충무로1가 ‘스타벅스’ 1위

‘서울 중구 명동 우리은행의 아성이 깨졌다.’

건설교통부는 올해 표준지 50만 필지 가운데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4200만 원(1m² 기준·평당 1억3884만 원)인 서울 중구 충무로1가 명동빌딩의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라고 밝혔다.

지난해 이곳의 공시지가는 4190만 원(평당 1억3851만 원)으로 이미 1위 자격을 갖췄으나 표준지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였다.

1990년 공시지가제도가 도입된 이후 15년간 1위 자리를 지켰던 우리은행 명동지점의 공시지가는 4000만 원(평당 1억3223만 원)으로 2위로 내려앉았다.

건교부는 “최고가 땅이 바뀐 것은 명동 상권의 중심이 우리은행 명동지점 일대에서 지하철4호선 명동역 주변의 대형 의류전문매장 ‘밀리오레’ 주변으로 옮겨진 탓”으로 분석했다.

한편 전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아파트는 2003년 이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부 센트레빌’로 540만 원(평당 1785만 원)이었다.

용도별 최고 최저 지가(단위:원/평)
용도구분공시지가위치
상업최고1억3884만서울 중구 충무로 1가 스타벅스
최저3만9600강원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1031
주거단독최고1623만서울 용산구 용산동5가 19-134
최저1980경북 영덕군 지품면 송천리 359-2
연립최고1388만서울 서초구 서초동 1558-2
최저3만9600충북 단양군 영춘면 사지원리 287-6
아파트최고1785만서울 강남구 대치동 670
최저3만9600강원 삼척시 신기면 신기리 382-2
농지최고323만9000서울 송파구 장지동 258-7 외 2필지
최저760경남 통영시 욕지면 서산리 933
임야최고198만3000경기 고양시 일산구 일산동 산 68-4
최저231경남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 산 64-1
자료: 건설교통부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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