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兆 농촌살리기 '퇴짜'…당황한 농림부

  • 입력 2005년 2월 1일 21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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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소비 회복의 기미가 보이자 경제부처 장관들이 경제 낙관론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림부의 농어촌 살리기 대책이 부실한 계획으로 관련 위원회에서 퇴짜를 맞자 정부가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 이전에 기본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1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모처럼 우리 경기가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경기 활성화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희범(李熙範) 산업자원부 장관도 즉석 보고를 통해 “지난달 수출이 22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18.7% 증가했다”고 화답했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최근 식료품을 제외한 백화점 매출이 늘고 휘발유와 자동차 판매도 상승세를 보이는 등 개선의 징후를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강동석(姜東錫) 건설교통부 장관은 “서울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건축허가 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경기가 일부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관들의 자화자찬이 심하다”며 “지금은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바짝 긴장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이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위원회’에서는 20조2000억 원의 재원을 투입하는 농어촌 살리기 5개년 기본계획에 대해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이 총리는 “농어촌 소득이 어느 정도 늘어나는지에 대한 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계획을 승인할 수 없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앞서 농림부는 기본계획 승인을 확신하고 이날 오전 11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농림부 이명수(李銘洙) 차관은 “관계 부처의 협의를 충분히 거친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장관들은 사전에 기본계획에 대해 충분히 보고받지 못한 채 위원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계획이 보류되자 농림부는 “전문가 협의를 거쳐 2월 말경 재심의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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