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제가전展 눈길끈 MP3계 거인 레인콤 양덕준사장

  • 입력 2005년 1월 16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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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덕준 레인콤 사장은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형식과 격식의 파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5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컬러로 물들이는 염색을 자주 한다. 양 사장은 올해 미국 MP3플레이어 시장의 절대강자인 애플컴퓨터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 제공 레인콤
양덕준 레인콤 사장은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형식과 격식의 파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5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컬러로 물들이는 염색을 자주 한다. 양 사장은 올해 미국 MP3플레이어 시장의 절대강자인 애플컴퓨터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 제공 레인콤
5일(미국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힐튼호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2005 국제가전전시회(CES)’ 본격 개막에 앞선 기조연설에서 전자산업의 미래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이때 게이츠 회장이 “미래를 이끌어 갈 첨단제품”이라며 작은 크기의 MP3플레이어를 손에 들고 나와 소개했다. 연설을 듣던 세계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가 직접 소개할 정도면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았을 텐데 제조업체의 이름은 생소했기 때문이었다.

게이츠 회장이 ‘세계 최대의 전자쇼’로 불리는 CES에서 소개한 제품은 한국의 중소기업 레인콤이 개발한 MP3플레이어(모델명 아이리버 H10)였다. ‘아이리버’ 브랜드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주목받기 시작한 레인콤을 이끄는 양덕준(楊德準·54) 사장. 그가 2005년을 맞이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작년까지는 미국 시장에서 애플컴퓨터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방식 ‘아이포드’의 독주(獨走)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올해는 반드시 애플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애플과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올해 하반기(7∼12월)에는 ‘콜럼버스의 달걀’에 비유될 만큼 상식을 뛰어넘는 제품을 내놓아 애플을 뛰어넘을 계획입니다.” 획기적인 제품의 개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현재 세계 온라인 음악 시장에서는 MS연합군과 애플의 ‘대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MS는 온라인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DRM(Digital Right Management) 솔루션을 개발했다. 또 이 솔루션을 장착할 제조업체로 델 삼성전자 레인콤 등을 선정하고 미국 최대의 온라인음악 사이트인 넵스터를 끌어들여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반면 애플은 자신들이 개발해 미국 시장을 석권한 아이포드와 자사(自社)의 온라인 음악사이트인 ‘itunes’로 대항하고 있다.

MS연합군과 애플은 서로 호환이 되지 않는다. 가령 넵스터에서 내려받은 음악은 아이포드로 들을 수 없다.

온라인 음악 시장은 앞으로 수십억 달러로 커질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어 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양측의 경쟁은 아주 치열하다. 양 사장은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MS와 손을 잡는 것이 최선”이라며 “올해부터 미국에서 MS와 본격적으로 공동마케팅을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출신인 그는 영남대 응용화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옛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삼성전자의 비(非)메모리 반도체 마케팅 및 수출 담당 이사까지 승진했다. 거대한 디지털시대의 변화흐름을 감지한 양 사장은 1999년 회사를 나와 레인콤을 설립했고 현재 삼성전자를 제치고 MP3플레이어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그는 “전자산업은 성장하지 않으면 정체가 아니라 도태되는 곳입니다. 다시 태어나면 이 분야에 몸을 담지 않을 생각입니다”고 농담조로 말한다. 양 사장의 레인콤 보유주식은 시가 100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그는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양덕준 사장은▼

▽1951년 대구 출생

▽1969년 대구 계성고 졸업

▽1977년 영남대 응용화학과 졸업

▽1978년 삼성반도체 입사

▽1995년 삼성전자 반도체 비메모리 마케팅·수출 담당 이사

▽1999년 ㈜ 레인콤 설립

▽2001년 2000만불 수출탑 수상

▽2004년 ‘1억불 수출탑’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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