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4형제 ‘계열사 分家’ 가속도…독립경영 확산

  • 입력 2004년 12월 20일 17시 57분


코멘트

한진그룹의 ‘분가(分家)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2002년 조중훈(趙重勳) 회장의 타계 이전부터 그룹 주요 계열사들을 나눠 맡은 조 회장의 네 아들이 지분 정리를 통한 법적 분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한진그룹 오너 4형제 가운데 장남인 조양호(趙亮鎬) 회장이 이끄는 대한항공이 최근 정석기업 및 한진관광 지분을 매입키로 한 것은 이 같은 작업의 신호탄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실상 계열분리, 법적 절차만 남았다=한진그룹은 창업자인 조 회장의 네 아들인 양호 남호(南鎬) 수호(秀鎬) 정호(正鎬) 씨가 계열사들을 나눠 경영하고 있다. 장남인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차남인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 3남인 조수호 회장은 한진해운, 4남인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증권을 각각 맡고 있다.

이에 따라 분가의 틀이 마련됐지만 완전한 분리를 위해서는 계열사 간 지분 정리와 상호 보증 해소 등 법적 절차를 남기고 있다.

대한항공이 474억 원을 투입해 정석기업 지분 18.36%와 한진관광 지분 22.98%를 추가로 확보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또 한진중공업 주식 153만 주를 장내에서 처분해 이 회사에 대한 지분을 0.5%로 낮출 계획이다.

또 메리츠증권이 이달 초 아직 계열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동양화재로부터 한불종합금융 지분 4.78%를 인수함으로써 금융계열사 분리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경영 가속화=한진그룹 오너 형제들이 법적 분가에 대비한 독자 경영에 나서면서 계열사 간의 의존관계도 약화되고 있다. 확실한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독립경영이 선결돼야 한다는 오너 일가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작년 말 조정호 회장이 맡고 있는 동양화재와의 항공보험 계약을 끝내고 영국계 보험사와 새로 계약을 했다. 한진해운도 최근 동양화재에서 만료된 선박보험 일부를 외부 보험사에 새로 맡긴 바 있다.

한편 한진그룹은 최근 조양호 회장의 외아들 조원태(趙源泰·28) 한진정보통신 차장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기획팀 부팀장(차장급)으로 발령하면서 3세 경영체제를 예고했다.

한진그룹은 “형제들 간의 그룹 분리는 꾸준히 추진되고 있으며 지분 정리와 상호 보증 해소 등의 문제로 완전한 분리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한 기자 freewil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